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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5일(水)
벌써 짙어가는 文정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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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이명박 구속’ 復讐血戰 시작
‘통합과 공존’은 먼 옛날 얘기
내년 지방선거까지 적폐청산

野黨 재정비 끝나면 공세 시작
내부 비위 사건도 터지기 시작
국정 목표 표류 가능성 높아져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제작자는 속편(續篇)을 희망한다. 그러나 속편이 더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1편에 도취돼 비슷한 스토리에 힘을 주다 보면 관객은 식상하기 마련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선 1700만 명을 동원할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박근혜 탄핵·구속’에 이어 ‘이명박 구속’이라는 속편이 시작되고 있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국민은 똑같은 스토리와 패턴의 영화를 억지로 봐야 한다. 지나간 권력의 속살을 볼 때는 환호하지만 끝나면 불 꺼진 객석에 앉은 것처럼 똑같은 현실로 돌아온다. 적폐 청산·역사 바로 세우기·법치 확립이라는 거창한 프롤로그로 시작하지만, 결말은 전직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포승줄에 묶여 감방으로 향하는 것이다. ‘촛불 혁명’이라는 민심의 대폭발로 9년 만에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는 창의적인 시나리오로 대한민국을 설계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문 대통령 취임사는 국민의 가슴도 뜨겁게 만들었다. 이어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라는 문 대통령의 약속을 굳게 믿었다. 취임 6개월이 지난 지금 문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을 보면 ‘통합과 공존’은 적폐 청산으로 대체됐고, 박정희 기념관에 동상 하나 세우는 것도 시위대가 몰려가 용납하지 않는 극단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정치권은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주말마다 광화문 거리는 ‘촛불 청구서’를 든 단체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한쪽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태극기 집회가 여전하다.

집권 초 반짝 유행했던 ‘협치’라는 말을 더 이상 여권 인사들에게서 듣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는 73개의 적폐리스트를 만들어 관련자 처벌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내년 6월 지방선거의 압도적 승리까지는 식상한 박근혜 대신 ‘이명박 구속’이라는 속편으로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전략이다. 70%를 넘나드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가려 청와대와 민주당의 눈에는 야당이 우습게 보이고 그저 국민이 다 박수를 쳐줄 것 같지만 큰 착각이다. 5년 단임제라는 현 체제에서 역대 대통령 중 한 명도 임기 후를 편안하게 지낼 수 없었듯이 문 정부도 4년6개월 뒤 어떤 상황에 처할지 모를 일이다. 한때 95%라는 전후무후한 지지율을 기록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퇴임 때 한 자릿수 지지율로 퇴장했다.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다스릴 수는 없다’는 말처럼 민주화의 성과가 자동적으로 국가 운영 능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4월 총선 승리 후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악법 폐지에 골몰하다가 결국 보수 진영이 단결할 명분만 만들어주었다.

지금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적폐 몰이’ 수사는 아이러니하게도 2009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양상과 비교된다. 내용은 다르지만 전직 대통령을 소환하기 위해 검찰이 혐의를 하나하나 흘리며 창피를 주고 주변을 압박한 뒤 목표점을 향해 다가가는 방식이 그렇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이미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해시태그(#)운동이 SNS에서 시작돼 정치권까지 확산되면서 분위기를 잡더니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구속을 계기로 검찰 소환 얘기까지 나온다.

5년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6개월은 정량이 아닌 정성평가(定性評價)를 하자면 임기 반이 지나간 것에 버금간다. 힘과 도덕성, 정당성을 갖고 있고 반대자들이 조직화되기 전에 임기 중 해야 할 일들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전열을 재정비하면 예전보다 훨씬 강력하게 정부 비판에 나설 것이다. 지금 여당이 야당 시절 한 것처럼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의석수도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과 보수 대연합을 구성한다면 원내 1당이 바뀌고, 그때부턴 레임덕을 각오해야 한다. 서서히 내부 비위도 터져 나오고 있다. 황금 같은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는데 문 대통령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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