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시대착오적 문학진흥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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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 부장

얼마 전 한 대형 서점 조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집계됐다. 2012년 3월 일본에서 출간, 그해 12월 한국에 나온 소설은 세 좀도둑 청년이 30여 년간 비어 있던 교외의 한 잡화점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히가시노는 국내에서 단단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최근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를 제치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 자리에 오르기도 했지만 5년 가까이 소설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지키며 거둔 성적은 놀랍다. 사회 주변부로 밀린 어리숙한 세 청년, 이들의 작은 선의가 자신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의 삶을 바꿔놓는 이야기가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힐링과 위안을 안긴다는 것이 인기에 대한 가장 유력한 분석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 대형 서점의 집계 결과 지난달 말까지 올해 일본 소설 판매가 처음으로 80만 권을 넘어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고 했다. 소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4%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한국 소설의 뒤를 0.5%포인트 차로 바짝 따라오고 있다.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 소설 점유율은 40%대에 육박해 10% 후반대였던 일본 소설의 두 배였다. 게다가 올해 일본소설 판매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52.7%이니,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엔 일본 소설이 한국 소설을 역전시킬 기세이다.

물론 지난해 소설가 한강이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고 적지 않은 작가의 작품이 외국에서 인정받으며 한국 소설도 새 전기와 활력을 맞고 있다. 하지만 한국 소설 시장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소설이 영상·디지털 매체에 밀리는 데다 전체적으로 독서율과 독서력이 하락하고 있는 우리 사회 ‘읽기 문화’의 위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리포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이야기의 힘은 엄청나다. 이야기 한편의 문화적 파급력, 또 소설 한 편이 드라마, 영화로 제작되면서 만드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지난해 ‘문학진흥법’이 제정되고 이에 근거해 문학을 진흥하기 위한 ‘문학진흥 기본계획’이 마련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말까지 문학진흥 기본계획을 마련해 2018년부터 1차, 5개년 계획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주에 이를 위한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공청회에 정리돼 나온 문학진흥계획 면면을 보면 상당히 우려스럽다. 기존의 여러 문학 지원책을 모아놓은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등단이라는 절차 자체가 갈수록 무의미해지는 시대에 등단 지원 같은 시대착오적인 정책들도 눈에 띈다. 또 작가 개인에 대한 창작 워크숍 프로그램은 공동 작업인 공연에 적합한 지원 방안이다. 출판·문학계에서는 이미 문화 생산자에 대한 푼돈 나눠주기 식 정책이 아니라 도서관 정책, 국민 독서 운동, 저작권법 정비 같은 보다 근본적인 정책 마련이 더 시급하고 이 같은 소비자 문화 인프라 중심 정책이 문학과 출판을 진흥하는 길이라는 것에 합의하고 있다. 문학은 오래된 장르지만, 동시에 매우 미래지향적인 텍스트이다. 이에 걸맞은 새로운 철학과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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