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와 한·미 핵 공유 협정 체결은 북한과의 핵 균형 시대 여는 지름길”

‘통일정책 포럼’ 발표 전성훈 아산정책硏 객원연구위원·前 통일연구원장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한 뒤 핵 공유 협정을 체결해 한·미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이야말로 북한과의 핵 균형 시대를 여는 지름길입니다.”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15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주관해 ‘북한 핵·미사일 위기의 성격과 대응 전략’을 주제로 열린 제72차 통일정책포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전 연구위원은 “한국에선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에 근접한 북한으로 인해 유사시 미국이 ‘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는가’와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냉전 초기 서유럽의 미 동맹국들도 1957년 10월 소련이 스푸트니크(Sputnik) 1호 위성 발사에 성공해 미국 본토 공격 능력을 과시하자 (처음엔) 핵우산 공약에 의구심을 표했지만 이내 공약을 더욱 확실히 지켜달라고 요구했고, 미국과 핵에 대한 접근 권한·공동 책임을 강화하는 핵 공유 협정을 체결해 안보를 굳건히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전 연구위원은 전술핵 재배치를 위한 우선 조건으로 ‘정부가 북한의 위반으로 비핵화 공동선언의 효력이 상실됐음을 인지하는 것’이라고 꼽았다. 그는 “1991년 12월 31일 남북한이 합의한 비핵화 공동선언에는 재처리·농축 시설의 보유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그러나 당시 북한은 영변에서 이 시설을 가동해 플루토늄을 추출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비핵화 논리가 건재한 것은 경직된 고정관념과 책임 회피에 급급한 관료주의 때문”이라며 “정부가 비핵화 정책이 북한의 핵 독점을 허용하는 치명적인 실패를 불러왔음을 인식해 이 정책을 폐지하고, 비핵화 공동선언이 북한의 위반으로 오래전에 무효화된 것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가져야만 전술핵 재배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 연구위원은 미국 본토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 자산에 의존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략 자산은 실질적으로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해 만든 것으로, 이에 의존하는 것은 한반도를 미·러, 미·중의 핵 대결장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며 “러시아와 중국도 북핵 대응을 구실로 작전 반경이 넓은 전략 자산이 한반도에 개입하는 것보다는 작전 범위가 제한된 전술핵을 덜 위협적으로 느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연구위원은 또 “핵우산의 요체는 핵 강대국이 비핵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유사시 자국의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대가로 동맹국의 자체 핵무장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전술핵 재배치는)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한·미 쌍방이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거래 관계라는 냉철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