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병마 이기고 씩씩하게 학교생활… 엄마· 아빠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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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장관賞 정소정 양

부모님께.

“소정아, 밥 한 숟가락만 더 먹자! 그래야 힘이 쑥쑥 생겨서 집에 빨리 가지. 집에 가면 엄마가 커피 한 사발 타 줄게! 알았지?”

“우아! 진짜로?”

“그럼, 아!”

안녕하세요. 부모님 덕분에 귀한 생명 두 번이나 얻은 딸 소정이에요. 어째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그때의 말과 행동은 시간도 쉽게 뺏어가지 못하는가 봅니다. 제가 항암 치료받으면서 입맛이 많이 떨어졌을 때 주로 하셨던 이 말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절대 지워지지 않네요.

너무나도 괴로워서였을까요?

처음 엄마께서 뒤늦게 제 백혈병 발병 소식을 듣고 펑펑 우시는데도 여섯 살이었던 전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갑자기 엄마께서 왜 우시는지, 왜 우리 집안 분위기가 무거운 침묵 속에 있는지…. 급히 아빠 차를 타고 병원에 가서 입원하고 며칠 후에야 전 깨달았습니다. ‘아! 내가 감기보다 더 무시무시한 병에 걸렸구나!’라고….

내가 다니던 유치원도, 배웅해 주시며 잘 갔다 오라고 손 흔들어 주시는 엄마의 손짓도, 친구들도, 선생님도 모두 모두 그리웠습니다. 병원 안 창문에서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고, 넘치던 에너지와 탐스러웠던 머리카락은 점점 사라져만 갔으며, 손에 인형 대신 링거 바늘이 꽂혀 있었습니다. 그래도 힘냈습니다. 제 곁엔 언제나 부모님이 계셔서요.

하루는 그런 날이 있었죠. 무균실에 들어가기 위해 조금이나마 남아 있었던 머리카락을 한 올도 남김없이 밀었을 때 아빠께서도 나와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오셔서 밥 많이 먹으면 빨리 머리가 자란다고, 그러니까 우리 밥 많이 먹고 누가 먼저 머리 기르나 시합하자고 하셨지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에 난생 처음으로 창피함을 느꼈던 제게 희망과 용기를 주셨어요. 또, 하루에 3시간씩 좁은 보호자 침대에서 선잠을 주무시며 저를 간호해 주시던 엄마…. 제 앞에선 강한 척하시고 뒤돌아서 눈물 흘리시던 그때, 정말 살아갈 목표도, 희망도, 빛 한 줄기도 보이지 않고 불행과 슬픔만이 존재했던 제 삶 속에서 부모님께서는 제 삶의 반짝이는 별이 되어주셨습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손잡아 이끌어 주시고 힘들 때, 괴로울 때 옆에서 응원해 주시며, 동굴 속의 컴컴한 인생에서 빛 한 줄기로 온 동굴을 밝게 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힘들고 괴로웠던 나날들도 꿋꿋이 이겨내고, 지금은 건강하고 에너지가 팍팍 넘쳐나며 학교생활도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은 다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 덕분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머리카락이 많이 나지 않아 가발을 쓰고 다녀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고, 우리나라의 찬란한 사계절을 느끼며 학교도 건강한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으며, 링거가 꽂혀 있는 대신 필기구를 잡을 수 있는 손이 있습니다. 이 행복한 세상에서 씩씩한 마음가짐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내딛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그 힘든 시절, 저와 언제나 함께 병과 싸우시고, 고통과 슬픔 또한 덜어주신 부모님!

부모님께서 주신 이 생명, 용감하고 씩씩하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이 세상을 마음껏 사랑하는 데 사용하겠습니다. 부모님, 마음속 깊이 감사드리고, 또 사랑합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