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5.4 强震>“맥이 탁 풀려” “다음 주 지진 또 나면?”… 허탈·불안에 어수선

“생리주기 조절했는데 어쩌나”
지역별 喜悲에 “이기적” 비난
떡집, 대규모 주문 취소 ‘울상’
학원가, 全강좌 무료 서비스

15일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로 초유의 재난재해로 인한 대학수학능력시험 1주일 연기 사태가 빚어지자 학생과 학부모들은 “1주일 뒤에 또 지진이 나면 어떡하느냐”는 등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16일을 ‘D데이’로 정하고 세심하게 조율해 온 컨디션이 다 망가질 것이란 하소연도 잇따르는 가운데 당황한 입시학원들은 ‘7일 무료 집중 지도’ 프로그램을 급하게 만들어 학생들의 성적 관리에 나섰다.

서울 노량진에서 삼수 중인 김모(20) 씨는 16일 “독서실에서 휴대전화를 꺼놓고 공부하다 집에 가서야 알았다”며 “여진은 없을지, 다음 주는 안전할지도 걱정”이라며 울먹였다. 수능일을 목표로 체력과 정신력 등을 최고의 컨디션으로 만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던 학생들은 “맥이 탁 풀린다”는 반응이다. 15일 오후 8시 20분쯤 교육부가 수능 연기를 발표한 지 30여 분이 지나자 서울 학원가는 부랴부랴 되돌아온 학생들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빚어냈다. 강남 지역 한 고등학교 교사는 “처음에는 예정대로 수능을 친다고 하다가 저녁에 바뀌었는데, 조금만 일찍 알려주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컨디션 조절한다고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아이들은 아침에 얼마나 당황했겠느냐”고 말했다. 수능 수험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수능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며’(수만휘)에는 ‘생리통이 너무 심해 수능과 생리를 겹치지 않게 하려고 피임약을 복용해왔는데 이제 어떡하면 좋으냐’는 여학생들의 사연도 줄을 이었다. 또 청와대 홈페이지에 군 복무 중 수능을 치르기 위해 휴가를 낸 군인들의 대책 마련 요구가 빗발쳐, 16일 국방부가 나서 수능시험 응시차 휴가를 나간 장병들은 휴가 기간을 연장해주겠다고 발표했다.

학원가는 ‘시험 준비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고 달래면서 학생들의 동요를 막느라 분주했다. 수험생들을 ‘7일의 전사들’이라고 부르고, 무료 강의를 개설하기로 했다. 대성학원은 “연기된 수능일까지 모든 수험생에게 전 강좌를 무료로 지원한다”며 “감사한 마음으로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자”고 당부했다. 종로학원은 “전국 26개 학원 자습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며 “해외연수 등 강사진의 개별 일정은 전면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가스터디와 이투스 역시 온라인 수능 강좌 등 관련 서비스를 23일까지 무료로 추가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떡집·제과점 등 수능을 대비해 대량 주문을 대비하던 업계는 ‘울상’을 지었다. 떡집을 운영한다는 한 네티즌은 수능 연기로 이미 만든 인절미 50상자의 주문이 취소됐다는 글을 올렸다. 서울 마포구의 제과점 관계자는 “합격 엿·찹쌀떡 세트 등 단체 예약이 줄줄이 미뤄졌다”며 “다음 주에 다시 주문하겠다곤 하는데, 이미 준비한 건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했다.

수능 연기 발표 직후에는 지역별로 찬반 입장이 갈리면서 상대방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는 충돌도 빚어졌다. 서울에 사는 재수생 주모(19) 군은 “수능이 장난도 아니고 대안을 찾아야지 일주일이나 미루는 게 말이 되냐”며 “학원 친구들이랑 길거리에서 소리를 질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진을 겪은 포항의 학부모 최모(여·47) 씨는 “예정대로 강행해야 했다는 주장은 너무 이기적”이라며 “피해 지역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 거 아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수민·조재연·김현아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