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5.4 强震>지진에 힘없이 금간 ‘학교 안전’… 내진율 실태파악도 엉망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경북 포항의 한 초등학교 건물 기둥과 벽 일부가 금이 가거나 부서지고(왼쪽), 한 고등학교 체육관 외벽(오른쪽)이 갈라지는 등 피해가 나타났다. 연합뉴스·뉴시스

- 학교 내진율 공공시설 꼴찌
포항 학교건물들 피해 심각
“수능 못치를 상황” 전격

연기 유·청소년 시설이 안전 최악
내진율 통계도 부처별 제각각

무상급식 등 복지투자 급증에
교육예산중 시설물안전 손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경주 지진 사태에 이어 포항 지진에서도 학교시설물이 집중 타격을 입어 사상 초유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연기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학교시설 안전에 대한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무상급식과 같은 교육 복지사업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학교시설물 안전 관련 예산은 위축되는 등 재정 분배에 대한 적정성 비판까지 제기돼 이번 사태가 교육 재정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정부와 교육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포항 지진에도 불구, 당초 예정대로 수능을 치르려고 했으나 지진 발생 현장에 내려가 있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도저히 시험을 치를 수 없는 상황”이라는 보고를 받고 수능 연기를 전격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이 보고한 대로 이번 지진에서 유치원이나 초·중·고 학교 건물 등이 외벽에 금이 가는 등 적잖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학교시설물에 대한 안전 문제는 지난해 경주 지진 사태에서도 확연히 드러난 바 있다. 학교시설물에 대한 안전 문제가 수능 연기를 결정하는 ‘핵심’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행안부의 내진율 자료에 따르면 공공시설물 내진 성능 확보 순위에서 놀이시설 등 유기시설의 내진율(13.9%)과 학교시설물(23.1%) 내진율이 각각 최하위와 그다음 순위를 기록하면서 어린이·청소년들이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주 지진 발생 1년이 지났지만 부처별로 지진 관련 통계조차 제각각으로 발표하는 등 정부 내에서조차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교육부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시설 3만4039개 동 중 8421개 동에만 내진 설계가 반영돼 내진 설계율이 2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행안부의 학교시설에 대한 내진율은 23.1%로 더 낮았고,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국감 자료에서는 전체 건축물 중 학교시설물의 내진 확보 비율이 17.1%로 집계됐다.

문제는 정부가 수능을 1주일 연기했지만, 학교시설물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수능 연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1주일 후의 시험장 시설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학교시설물이라면 1주일 후 시험 당일 지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늘에 고사를 지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면 1년 후에도 지진에 대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교육 예산 배분의 적정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무상급식 등 복지 분야에 대한 예산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질 시설물 안전에 대한 예산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시·도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무상급식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세종시와 세종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세종시 모든 고교로 무상급식을 확대키로 했다.

강원도 역시 내년 3월부터 고교 전 학년 무상급식을 시행키로 했다. 교육부가 학교시설물에 대한 내진 보강 관련 예산을 지난해 673억 원에서 올해 2000억 원으로 대폭 늘리기는 했지만, 무상급식 등 복지 관련 예산과 비교하면 턱없는 수준이다.

한성민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투자평가실장은 “최근 자체 연구 결과, 전체 교육 예산은 늘어나는데 교육환경 개선 시설투자액은 2009년 2조4000억 원에서 2015년 1조4000억 원으로 감축되는 등 오히려 점차 줄어들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학교시설의 내진 보강시설 현황은 아직 갈 길이 먼 상태인데도, 내진 보강을 위해 계획된 예산 중 20% 내외만 실제로 편성되는 등 그동안 학교시설 투자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임대환·조재연·이희권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