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분점·대한민국 정체성 확립… 21세기 맞게 개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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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총장 제안

헌법학자인 성낙인(사진) 서울대 총장이 16일 헌법개정 필요성을 역설하며 5년 대통령 단임제 대신 ‘권력분점형 이원집정부제’ 도입을 제안했다.

성 총장은 “1987년 제6공화국 헌법은 역사의 소용돌이를 잠재운 헌법”이라면서도 “세계적인 정치제도의 보편적 체제에 부합하느냐에 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 총장은 “그간 역사와 더불어 고통과 간난의 세월을 함께해 온 헌법은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이 작동하는 가운데 온 국민의 의지를 반영한 새로운 국법질서의 기본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때”라며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헌법개정 논의를 착실하게 전개함으로써 무엇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바람직한 헌법의 모습인지를 그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총장은 조만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국가정책포럼 기획위원회 공동 주관으로 열리는 ‘제5회 서울대 국가정책포럼’ 기조 발표에 앞서 사전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성 총장은 특히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권력분점형 이원집정부제를 통한 정부형태의 점진적 개혁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정부와 국회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국회의 지위와 권한의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성 총장은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국가와 헌법의 수호라는 신성한 책무를 수행하기에도 힘이 부친다”며 “헌법 현실에서는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신임에만 위탁해 의전·대독 총리로 머물고 말았는데, 이제 의회로부터의 총리 신임에 새로운 방점을 찍을 때”라고 강조했다.

성 총장은 새로운 헌법개정의 방향으로 △민주화된 헌법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헌법 규범 정비 △21세기에 부응하는 헌법 규범의 정비 △체계 완결성을 담보하는 헌법 등 3가지를 꼽았다.

성 총장은 “헌법 규범은 국민의 법감정에 더 다가갈 수 있는 내용과 형태를 갖춰야 한다”며 “이제 민주화, 세계화, 지방화, 정보화의 시대적 화두를 안고 21세기에 걸맞은 헌법개정을 시도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어 “개헌을 통해 시대의 화두인 권력분점을 분명히 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헌법의 불완전성과 흠결을 보정해야 한다”며 “통일시대를 대비해 바람직한 헌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숙고의 장도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