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수렵장 ‘오발탄 공포’… 주민들 “집 밖 나오기 겁나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야생동물로 인한 인명과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권역별 순환수렵장이 개장한 뒤 엽사의 오발탄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엽사들이 사냥개를 데리고 사냥용 총을 쏘고 있다.(사진은 본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자료 사진

3년간 전국에서 16건 사고
8명 목숨 잃고 15명 다쳐

“어디서 총탄 날아들지 몰라”
무방비 노출에 불안감 호소

등산할땐 밝은 색 옷 착용
동물로 오인 않도록 주의를

수렵장 더 엄격한 관리 필요
정부도 밀렵 등 집중 단속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순환수렵장에서 엽사의 오발탄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엽사들의 야생동물 포획행위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지만, 매년 이맘때마다 발생하는 오발 사고는 농촌 주민들이 집 밖 출입을 하지 못할 정도로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17일 전국 각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10시 43분쯤 경북 의성군 봉양면 한 야산에서 꿩 사냥을 하던 A(47) 씨가 쏜 탄환에 마을에 있던 B(56) 씨가 얼굴을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A 씨와 B 씨는 약 100ｍ 떨어져 있었으며 A 씨는 당시 꿩을 향해 쐈으나 탄환은 마을에 있던 B 씨에게 날아갔다.

앞서 지난 2일 오후 3시 30분쯤에는 전북 완주군 이서면 이서 교차로 인근을 지나던 관광버스 차량 우측 뒤편 유리창에 직경 10㎜짜리 납탄이 날아들었다. 당시 40여 명의 관광객을 태운 이 버스의 운전기사는 “승객이 앉은 자리에서 10㎝ 정도만 뒤로 갔으면 날아든 총탄에 관광객이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 도로 옆 야산에서 수렵이 이뤄졌던 것으로 추정하고 완주지역 경찰서와 파출소에서 사냥용 총기를 찾아간 1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 중이다. 다행히 다친 승객은 없었지만,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고 현장 인근 주민들은 “총 쏘는 사람은 사람이 있는지 모르고 쏘지만 언제 어디서 총탄이 날아들지 몰라 수렵장이 운영되면 주민들은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북 상주시 청리면 한 농가 마당에서 주민 C(여·72) 씨가 날아온 산탄에 맞아 어깨에 타박상을 입었고 지난 2013년 11월 1일에는 경북 청송군 부남면 한 야산에서 더덕을 캐던 한 주민이 엽사가 쏜 것으로 보이는 총탄에 맞아 숨진 뒤 가매장된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2014~2016)간 전국에서 16건의 수렵 총기사고가 발생해 8명이 목숨을 잃고 15명이 다쳤다.

엽사뿐만 아니라 사냥개에 의해 가축이 떼죽음도 당하고 있다. 지난 2일 충북 제천시 청풍면 한 농가에서 사육하는 염소 19마리가 상처를 입은 채 죽어 있는 것을 농장주가 발견했다. 이 농장주는 “사냥개로 보이는 동물이 염소를 물고 있는 것을 보고 물건을 집어 던졌더니 울타리를 넘어 도망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민가·과수원·도로·산책로·공원·문화재보호구역·사찰 주변에서 엽사의 수렵을 금지하고, 총기를 발사하기 전에는 반드시 동료 수렵인과 주민들이 위험하지 않은지 확인한 후 격발토록 하고 있다. 또 수렵 총기 입·출고시간을 준수(오전 7시~오후 7시)하고, 야간 수렵 금지(일몰 후∼ 일출 전), 2인 이상 동행, 수렵조끼 착용 등 안전수칙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수렵지역 주민과 단풍관광을 다니는 등산객들이 산행할 경우 엽사들이 멧돼지나 고라니와 같은 야생동물로 오인하지 않도록 눈에 잘 띄는 색깔의 복장을 착용하고 마을 방송이나 반상회 등을 통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해마다 총기사고가 되풀이하면서 수렵장에 대한 더욱 엄격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경북 영양군의 한 주민은 “낯선 엽사들이 총을 맨 채 사나운 사냥개를 몰고 다니는 것을 보면 불안하기 그지없다”며 “엽사 휴대전화에 위치 앱 설치를 의무화하고 총기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야생동물 밀렵과 밀거래를 막기 위해 유역(지방)환경청, 지방자치단체, 밀렵감시단체 등과 함께 지난 1일부터 내년 3월 10일까지 ‘야생동물 밀렵·밀거래’ 집중 단속을 펴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밀렵을 신고할 경우 최대 500만 원, 올무·창애 등 밀렵 도구를 수거하거나 신고하는 경우에는 밀렵 도구 종류에 따라 최대 7만 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한다.

의성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