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젊은이들을 체념하게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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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어른으로 성장하기 / 폴 굿맨 지음, 한미선 옮김 ／ 글항아리

무기력하고, 일찌감치 사회에 낙담하거나 냉소하며, 정부를 불신하고 개인주의적 색채가 짙은 젊은이들. 언뜻 봐서는 ‘N포 세대’로 불리는 한국 젊은 세대를 기성세대가 공격하는 데 쓰일 법한 단어들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저명 사회비평가인 폴 굿맨이 이들에게 주목해 책을 쓴 시점은 1959년에서 1960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이다. 책에서 다루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50~1960년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비트 세대’. 그렇지만 결국 이 책이 근본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부조리한 사회와 이를 거부하는 젊은이들 간의 부조화라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사회에도 칼을 겨누는 질문들을 함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굿맨은 당시 젊은이들을 분석하면서 사회화되지 않는 청소년들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이 사회화될 가치가 없는 사회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들이 사회화에 대한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받았지만, 이 부조리한 시스템을 받아들이길 ‘거부’한 것이라는 의미다. 굿맨에 따르면 문제의 출발점은 “목표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현재 조직화된 시스템”이다. 풍요 속에서도 개인이 쓸모없다고 여겨지게끔 하는 일, 가령 과잉 소비를 조장하는 광고를 만들거나 그 소비를 충당하기 위한 지속적인 생산 등이 조직화된 시스템의 특징으로 지목된다.

대신 주거, 교육, 의료 등 대중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욕구를 직접 해결하려는 시도는 환영받지 못한다.

굿맨은 이러한 당시 미국 사회를 “거대한 쥐 경주가 벌어지는 외관상 폐쇄된 방”이라고 설명한다. 누군가는 이 경주에 참여하거나 중간에 좌절하고, 실격당하기도 하며 이 중 비트 세대는 “쥐 경주에서 머뭇거리지도 않고 혹은 쥐 경주를 시작할 용기 자체가 없는, 정말로 체념한 집단”이다. 무의미한 쥐 경주를 반복하며 조직 내 인간의 주체성이 상실되도록 방임하거나 부추기는 사회에서 성장한 젊은이들은 책의 제목처럼 ‘바보 어른’이 된다.

바보 어른 혹은 어른이 되는 데 실패한 젊은이들로 가득 찬 사회는 암울하다. 굿맨은 이들의 욕구를 충족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사회와 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굿맨이 책 후반부에 짧게 서술한 10가지 미래 변화 계획에는 젊은이들의 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교육 개혁, 이를 발휘하고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일자리 창조, 소외된 지역에 대한 공적 투자를 통해 도시와 시골 간 비율을 조정하는 것 등이 망라돼 있다. 1960년대 굿맨이 언급한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편협한 사고 등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사회의 미래인 젊은이들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472쪽, 2만1000원.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