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에서 스노든까지… 신뢰와 배신의 경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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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 / 아비샤이 마갈릿 지음, 황미영 옮김 / 을유문화사

“왜 배신인가? 도대체 왜 이런 케케묵은 주제를 골랐는가? 평등이나 자유 같은 숭고한 주제도 많은데, 왜 하필 배신이라는 지저분한 주제를 다루는가?”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아비샤이 마갈릿 예루살렘 히브리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이 책의 첫 장에서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영국 옥스퍼드대, 독일 자유베를린대, 미국 프린스턴고등연구소 등에서 ‘배신’을 주제로 한 저자의 강의와 연구를 정리한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그는 ‘신뢰와 윤리’라고 답한다. 자유주의 시대, 배신에 대한 감각은 무뎌졌다. 많은 이들이 반역, 배교, 간통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배신과 정반대에 있는 ‘신뢰’는 현대 사회의 중앙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저자는 신뢰를 얕은 신뢰와 두터운 신뢰로 구분한다.

얕은 신뢰는 나란히 앉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잠깐 자리를 비울 때 서로에게 자신의 소지품을 맡아 달라고 부탁할 때에 작용하는 신뢰다. 두터운 신뢰는 ‘동반자들이 아플 때나 건강할 때 보살펴 주고,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아껴 주기로 맹세하는’ 그런 신뢰다. 저자는 얕은 신뢰는 인간의 도덕에, 두터운 신뢰는 윤리와 관계돼 있다고 했다. 결국 신뢰와 쌍을 이루는 배신은 인간관계의 본질과 인간관계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밝혀 주고, 얕은 관계와 두터운 관계, 즉 도덕과 윤리의 관계를 파헤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배신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배신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시대에 따라 다르다. 누군가에겐 정의로운 내부고발자가 다른 이에게는 중상모략가로 보이고, 누군가에겐 반역자가 다른 이에게는 영웅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샤를 드골은 프랑스 군부와 알제리 프랑스인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만 알제리 독립을 선언함으로써 그들을 배신하고 말았다. 하지만 드골의 배신은 인류애 측면에선 배신이 아니다.

저자는 이같이 광범위하고 모호한 배신을 역사, 문화, 종교, 개인적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유다의 배신부터 트로이 목마, 16세기 가톨릭 탄압에 저항하며 화약 음모사건을 일으킨 가이 포크스, 19세기 말 프랑스를 분열시킨 드레퓌스, 에드워드 스노든, 그리고 개인적인 간통까지 다룬다. 책의 최종 목적 지점은 배신의 다양한 본질을 드러냄으로써 도달하는 삶의 진정성이다. 분석적이면서도 재치있고 감각적인 문장을 읽는 즐거움도 이 책의 뛰어난 미덕이다. 456쪽, 1만8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