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fty+ >유경이 추천하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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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럼피우스
세상을 가꾸는건 거창하지 않아

하지만 하지만…
나이란‘경계’따윈 넘어서라고

이름짓기 좋아…
늙어도‘관계맺기’는 필요하지

그림책 전도사인 유경 대표에게 어른을 위한 그림책 3권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유 대표는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평소 강의 교재로 자주 쓴다는 책 3권을 펼쳤다. 일단 그림이 한눈에 들어왔고, 유 대표의 설명을 들으니 마음이 동요하는 느낌을 받았다. 취재 기자 역시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됐다. “이거, 진짜 애들 보는 동화책 맞아요?”

◇‘미스 럼피우스’(바버러 쿠니 지음) =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럼피우스는 세상 구경을 하러 여행을 떠난다. 오랜 여행을 마치고 자신의 어릴 적 꿈대로 바닷가 집에 정착한 럼피우스는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야 해”라고 말하던 할아버지의 삶을 좇는다.

“할아버지가 말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은 그리 거창하지 않아요. 주머니에 꽃씨를 넣고 다니며 곳곳에 뿌리는 거죠. 이 꽃씨가 어떻게 자랄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래도 묵묵히 뿌려대던 꽃씨가 싹을 틔우고 하나둘씩 꽃을 피우기 시작해요. 어느 순간 이 세상은 꽃으로 뒤덮여 아름다워졌죠. 그 꽃씨가 언제 꽃이 될지는 알 수 없어요. 하지만 누군가가 뿌린 그 꽃씨는 훗날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곤 하죠. 결국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당장 우리에게 혜택을 주지 않아도 우리의 자녀들에게 기쁨을 줄 수도 있다는 거예요. 길에 꽃씨를 뿌리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결국 우리 모두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능력을 가졌다는 거죠.”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사노 요코 지음) = “나는 할머니인걸”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할머니가 있다. 그런데 할머니의 99번째 생일날, 고양이가 사 온 양초는 겨우 5개였다. 이때부터 다섯 살이 되어 버린 할머니는 다음 날부터 다섯 살다운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나이의 경계를 넘어서라고 이야기해 주는 책이에요. 99세가 됐다고 굳이 99세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앞에서도 ‘늙은이가 뭘’이나 ‘이 나이에 뭘’이라고 주저앉지 말라는 거예요. 저는 ‘안티에이징’이라는 말을 참 싫어해요. 나이는 달려나가서 맞이할 필요는 없지만, 지레 겁먹고 피할 필요도 없는 존재예요. 거부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흔쾌히 받아들인다고 더 먹는 것도 아니죠. 이 책은 우리가 나이라는 관념을 갖고 이것을 매년 세면서 괜한 경계와 한계를 만드는 것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해요.”

◇‘이름짓기 좋아하는 할머니’(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 한 할머니가 있다. 그런데 이 할머니는 자기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들에게만 이름을 지어준다. 그래야 자신이 죽기 전에 또 소중한 것을 떠나보낼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친구들과 사랑하던 사람들은 모두 할머니 곁을 떠났다. 더 이상 외로움을 견딜 자신이 없는 할머니는 집, 자동차, 탁자 등에는 이름을 지어 주었지만 강아지에게만은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어느 날 찾아온 이 강아지를 쫓아 보내요. 자신보다 오래 살 수 없을 것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또 상실의 아픔을 겪기 싫었던 거죠. 그런데 어느 날 이 강아지가 사라져요. 안부가 궁금하고 걱정이 된 할머니는 유기견 센터를 전전하며 이 강아지를 찾으려고 해요. 그런데 어쩌죠?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도무지 이 강아지를 찾을 방법이 없는 거예요. 이 책은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누군가가 이름을 지어주고 불러준다는 것은 대단히 큰 의미를 갖죠. 죽음과 상실의 고통 때문에 이름짓기를 거부하던 할머니가 결국은 다시금 이름짓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과정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