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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7일(金)
굴욕적 親中외교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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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중국, 外交 아닌 완력 선호
시진핑, 大國외교 본격화
親中 성향 文정부, 첫 타깃

中,‘3不 ’넘어 사드 철수 요구
북핵 해결 아닌 同盟 흔들기
對中외교 지렛대는 한·미 동맹


“중국에 외교는 없다. 자국이 원하는 것을 관철하기 위해 막강한 경제적 위력으로 회유하거나 압박할 뿐이다”. 중국과 협상했던 전·현 외교관들이 일관되게 하는 말이다. 중국과 외교다운 외교를 하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미국 파워를 동원하는 것과, 국제기구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베트남이 전쟁까지 했던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하며 미국 주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한 것이나, 필리핀이 국제상설중재재판소에 중국을 제소한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 또한 완력을 선호한다는 것을 실토한 적이 있다. 2010년 7월 베트남 하노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때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이 정면충돌했다. 양제츠는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를 얘기하는 클린턴을 똑바로 쳐다보며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한 뒤 “이것은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아세안 장관들을 바라보며 “중국은 대국이다. 여기 있는 어떤 나라보다 크다”고 엄포를 놓았다. 클린턴은 자서전 ‘힘든 선택들’에 “그의 발언이 현장에서는 설득력이 없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썼지만, 양제츠의 발언엔 외교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중국은 자국보다 힘센 나라와만 상대할 뿐 힘이 약한 국가들에는 복종을 요구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중국이 추구하는 것은 상호주의 외교 협상이 아니라 힘에 의해 서열화한 국제질서라는 점을 드러낸다.

양제츠-클린턴 충돌이 있었던 2010년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5조8812억 달러를 기록하며 일본을 누르고 세계 2위로 올라선 해다. 이후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대국주의 행보는 더 뚜렷해졌다. 2013년 서니랜즈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신형 대국관계론을 주장했다. 시 주석은 19차 중국공산당대회 보고에서도 금세기 중반 세계 1위국 목표를 제시한 뒤 중국 특색의 대국 외교를 펴나가겠다고 했다. 말이 외교지, 힘에 기초해 중국의 구상을 관철해내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중국은 공산당대회에 앞서 560억 달러 규모의 한·중 통화 스와프를 연장함으로써 사드 문제를 ‘회유’ 카드로 풀겠다는 신호를 한국에 보낸 뒤 ‘3불(不) 카드’로 압박에 나섰다. 시진핑 대국 외교의 첫 타깃으로 한국이 선택된 셈이다. 미국의 아시아 전문가 마이클 그린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가장 흔들릴 수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스윙 스테이트’로 규정한 바 있는데, 중국도 이를 간파한 것 같다. 이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사드 추가 배치 거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배제, 한·미·일 군사 동맹 불추진 등 이른바 ‘3불’ 입장을 밝히는 형식으로 사드 갈등은 일단락됐다.

사드는 북핵 때문에 배치된 방어 무기인 만큼 이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레 해소된다는 반박도 못 한 채,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도 않은 채 안보 주권을 포기한 것이다. 이후 중국은 더 기세등등하게 공세를 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1일 다낭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드에 대해 ‘역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상회담장에서 역사 문제를 꺼낸 시 주석에게선 인조에게 삼전도 굴욕을 강요한 청 태종의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3일 문 대통령과의 마닐라 회담에서 “한국은 양국 관계 발전의 장애물을 없애야 한다”며 사드 철수를 요구했다.

사드 배치는 북핵의 위협을 막기 위해 한·미 동맹이 내린 결정이다. 중국이 북핵 위협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사드 철수를 한·중 관계 발전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문재인 정부에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 중에서 택일하라는 요구나 다를 바 없다. 국민은 한·미 동맹이 안보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안보를 위해 중국의 사드 제재와 보복을 묵묵히 이겨냈다. 안보가 경제에 우선한다는 게 지난 16개월간 이어진 사드 대첩의 교훈이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인 운동권 출신 참모들, 중국 시장을 중시하는 경제 참모들 때문에 친중 색채가 강하다. 눈앞의 한·중 정상회담과 시 주석의 평창 방문을 위해 한·중 관계 정상화에 매달릴 수 있겠지만,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는 미국이고, 대중 외교력은 한·미 동맹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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