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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7일(金)
北도발 순응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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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법률 용어에 편무계약(片務契約)이란 것이 있다. 한쪽 당사자에게만 의무가 발생하는 일방적 거래(unilateral contract) 관계를 말한다. ‘갑(甲)’은 이익이고 ‘을(乙)’은 손해인 불공정 계약이 많다. 언제부터인가 남북 관계도 편무 관계로 바뀌어가고 있다. 북한은 해도 되지만, 한국은 절대로 해선 안 되는 것이 너무 많다.

북한은 남북비핵화공동선언을 무시했지만, 한국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 실전 배치 단계에 이르렀지만, 한국은 절대 핵을 개발하거나 전술핵을 배치하면 안 된다. 북한이 인터넷에서 온갖 대남 공작을 해도, 이에 대응하는 사이버사령부는 1% 정치 댓글 때문에 흔들린다. 남북 경협은 곧 대북 지원을 말한다.

우리 국민 전체가 편무적인 것이 아니다. 일부 세력이 그렇게 행동한다. 친북이냐고 물으면 답을 하는 대신 화를 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집요하게 편무 관계를 옹호하다 보니 아예 국민 전체가 탈감작화(脫感作化·desensitization) 증상에 빠져 있다. 분단 상황에 무감각해지고, 북의 도발과 만행에 대해서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그래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CNN 등 외신에는 “서울은 놀랄 정도로 차분하다”는 보도가 나온다.

최근 판문점에서 발생한 귀순 병사 총격 사태는 편무 관계와 탈감작화의 종합판이다. 북은 남측으로 거리낌 없이 총질을 한다. 우리는 쏘지 않는다. 심지어는 우리 지역에서 총을 맞고 쓰러진 귀순 병사를 구하는 우리 군이 포복을 해서 접근한다. 북이 쏠까 봐 두려워한 것이다. 북에 강력하게 경고한 뒤 당당하게 구출했어야 했다. 북이 전쟁을 각오하지 않았다면 우리 군에 총을 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국민이 학대순응증후군(abuse accommodation syndrome)에 빠지게 된다. ‘어금니 아빠’ 사건에서 보듯 피해자가 반항 의지를 상실하고 학대자에게 길들여지는 것이다. 더 나아가면 스톡홀름증후군에 걸릴 수도 있다. 공포심으로 인해 공포 유발자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갖는 현상이다.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증상들이다.

의사들은 해당 환자들에게 점차로 공포에 맞서도록 유도해 치료한다. 우리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반드시 응징하는 결의를 보여줘야만 비정상적인 편무 관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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