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司正>前정부 정보기관 首長 줄줄이 구속…“정치보복 악순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엇갈린 운명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박근혜 대통령 측에 상납한 혐의로 17일 새벽 구속된 남재준(왼쪽 사진부터) 전 원장과 이병기 전 원장이 앞서 16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병호 전 원장은 이날 새벽 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뉴시스 연합뉴스

- 남재준·이병기 前국정원장 구속

“朴이 요구”자백 이병호만 기각
檢 “액수 많아 재청구할 방침”

정우택 “표적수사 의도 의심
‘역사는 돌고 돈다’명심해야”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17일 동시 구속됐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지만, 검찰은 “범죄 혐의가 중하다”며 그에 대한 영장 재청구를 적극 검토 중이다. 야권은 “문재인 정부의 ‘정치보복’에 발맞춰 검찰이 사정 칼날을 무섭게 휘두르고 있다”며 전 정부의 정보기관 수장이 줄줄이 구속되는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전날 구속영장심사에서 남 전 원장이 청와대에 대한 상납을 최초로 시작했고, 대기업들을 압박해 관제시위 단체에 26억여 원을 몰아준 혐의가 있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병기 전 원장에 대해서는 월 5000만 원이던 특활비 상납액을 월 1억 원 수준으로 증액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한 법원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그가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한 것과 별도로, 조윤선·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도 특활비를 전달하고, 청와대의 ‘진박(진짜친박)감별’ 여론조사 비용 5억 원을 대신 지급했다며 구속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법원은 “피의자에게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 같은 법원 판단에도 검찰은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병호 전 원장이 세 명 중 특활비 상납액이 25억∼26억 원으로 가장 많은 등 혐의가 중하고, 구속된 다른 2명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전직 국정원장 2명을 구속한 검찰의 칼날은 ‘상납금’의 최종 귀속자로 지목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병호 전 원장이 전날 영장심사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상납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점 등을 봤을 때, 박 전 대통령 직접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야권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권에 대한 정권에 의한 정치보복 악순환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직 전임, 전전임 정권에 대해서만 표적수사를 진행한다면 그 의도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역사는 돌고 돈다는 경고의 말씀을 이 정부에도 드린다”고 강조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