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연구비 수억원 챙긴 교수 실형

제자들 명의로 허위 연구원 명단을 만드는 등의 수법으로 연구비 수억 원을 챙긴 교수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성보기 판사는 연구 용역을 수행하지 않는 제자들의 명의를 빌려 연구비를 가로채는 등의 혐의(사기)로 기소된 서울 소재 사립대 교수 A 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허위 연구비 지급신청서를 작성해 함께 기소된 교수 B 씨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성 판사는 “이들은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춰야 하는 대학교수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연구비 편취 범행이 이뤄져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질책했다. 성 판사는 A 씨에 대해 “전체 피해액이 5억 원을 넘고 연구원 대부분에게 통장을 넘겨받아 관리하면서 연구비 자체를 전달하지 않았다”며 “부당이득이 2억3000여만 원에 이른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피해 보상이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B 씨에 대해서는 “피해액 환수조치에 응하고 있고 일부 연구에서는 인건비 전액을 지급한 후 일부를 돌려받았다”며 “외부과제 수행비 일부를 연구실 유지비로 갹출하는 관행이 있어 범죄 의도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봤다.

A 씨 등은 연구 용역을 수행하지 않는 제자들의 명의를 빌리거나 용역 참가 연구원들의 계좌를 대신 보관하며 연구비를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같은 방법으로 A 씨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으로부터 수주한 연구 사업에서 용역비 합계 5억3000여만 원을 가로챘다. B 씨 역시 2011년 체육진흥공단의 연구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같은 방법으로 1억5000여만 원의 연구비를 거짓 수령했다.

김리안 기자 kn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