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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20일(月)
쑥 들어간 검찰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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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지난 1월 개봉했던 영화 ‘더 킹’은 검찰 특수부 검사들의 출세욕과 권력과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정권이 바뀌자 검찰이 캐비닛 속에 잔뜩 보관돼 있던 정치인 비리 사건을 꺼내 수사에 들어가는 장면이다. 일명 ‘캐비닛 수사’라고 하는 이런 유(類)의 수사는 검찰 조직을 보호하거나 국면 전환용, 또는 청와대 하명 수사를 할 때 주로 이용된다.

이런 정보를 수집하는 곳이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이나 서울중앙지검 범죄정보과이다. ‘범정’으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주로 정치권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적당한 시점에 수사에 들어간다.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주로 범정을 관리하면서 정치권 수사를 벌여왔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새 정부 들어 문무일 검찰총장이 임명되면서 지난 7월 두 곳의 범정 사무실이 폐쇄됐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23일 국회에 출석해 “중앙지검 범죄정보과는 대검과 통합 운영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정치권 특히, 야권을 향한 수사가 날카로우면서 또다시 ‘범정 파일’이 주목받고 있다. 우선,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경우 롯데홈쇼핑과 관련된 비리는 이미 지난 2014년부터 수사해온 사건이다. 롯데그룹 경영 비리 수사 때도 관련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데, 적폐 청산 수사가 과거 정권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던 중 전 전 수석 비리가 터진 것은 ‘사석(捨石) 작전’이라는 견해도 있다. 자유한국당의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 원을 받은 혐의와 함께 원내대표를 지낸 원유철 의원과 서청원 의원의 측근인 이우현 의원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검찰 주변에서 여야 의원 20여 명이 수사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소문도 있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과 사돈지간인 효성에 대한 수사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검찰 개혁 요구는 쑥 들어갔다. 권력 입장에서는 현 검찰이 ‘하명 수사’ 성격이 짙은 적폐 청산 수사에 총력을 쏟으니 굳이 검찰 독립이나 정치 중립을 위한 개혁 필요성을 못 느끼고, 야당 입장에선 검찰 칼날을 우선 피해야 하니 검찰을 상대로 각을 세우기 어렵다. 정권이 바뀌면 또 검찰 내부에 칼바람이 불지 모른다. 이래저래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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