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 붕괴로 폐쇄된 學校가 지진대피소였다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폐쇄 지진으로 외벽이 무너졌던 경북 포항시 흥해초교에서 19일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작은 사진은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 흥해초교가 지진대피소로 등록돼 있음을 알려주는 화면. 연합뉴스·국민재난안전포털 홈페이지 캡처

위험시설물을 실내구호소 지정
피해 고사장 중 5곳도 등록돼
정부 대피소 선정 신뢰도 흔들

포항고 등 4개교 배정 수험생
남구 지역으로 옮겨 수능 실시

지난 15일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규모 5.4 강진으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본 학교가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www.safekorea.go.kr)에 지진 대피소로 버젓이 등록돼 있는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또 지진 피해가 발생한 포항 지역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고사장 중 5곳도 지진 대피소로 지정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행안부로 흡수·통합된 국민안전처는 지난해 12월 13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총 7068곳(옥외대피소 5532곳·실내구호소 1536곳)을 지진대피소로 지정, 국민재난안전포털을 통해 공지하고 있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이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이번 강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 중 하나인 경북 포항시 흥해초교가 지진 옥외대피소·실내구호소로 등록돼 있었다. 옥외대피소는 지진 발생 초기 운동장 등 구조물 파손 및 낙하물로부터 안전한 외부대피장소, 실내구호소는 지진피해 장기화 시 이재민 등을 대상으로 집단구호를 하기 위해 내진 설계가 적용된 시설물을 말한다. 포항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흥해초교와 병설유치원은 기둥 콘크리트 붕괴 등 심각한 지진 피해로 당분간 수업이 어려워 이날 폐쇄됐다.

이번 지진으로 포항 지역 수능 고사장으로 지정된 12개 학교(울진고·영덕고 제외) 중 포항고 등 총 10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들 학교 중 절반인 5곳도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지진대피소로 지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이재민으로 북적거렸던 흥해체육관은 오히려 지진 대피소로 지정되지도 않은 곳이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실내 구호소 지정은 지난해 경주 지진 발생 이후 지자체에서 한 것”이라며 “흥해초교와 수능고사장의 경우 실내 구호소가 마련된 강당 건물에는 피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상대적으로 큰 지진 피해를 본 포항고, 포항여고, 대동고, 장성고 등 4개 학교에 배정된 수험생들의 경우 남구 지역으로 옮겨 오는 23일 수능시험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입실 시간인 23일 8시 10분 이전에 강진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포항 관외 예비시험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김성훈·정유진·박양수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