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에 ‘韓國畵의 가치’를 살려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민경갑의 ‘절제(節制)된 정열(情熱 )’. 112×162㎝, 화선지에 먹과 채색, 2017. 유산화실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대성의 ‘금강도’. 57×77㎝, 종이에 수묵담채, 2013.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내달 2일 ‘한국화의 날’ 선포식

한 세기 넘게 서양화에 밀려
정체성 · 개념 정립조차 안돼

화가들‘발전協’준비위 가져
“한국미술, 전통에 뿌리 둬야”

한국화란 지필묵을 사용해 그린 수묵화를 이르는 것일까, 아니면 한국에서 그려진 동양화 전부를 일컫는 것일까. 구한말을 거쳐 한 세기가 넘는 동안 ‘한국화의 정체성’을 위해 수많은 작가가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논의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그 같은 논의조차 서구 현대미술에 밀려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한국화의 위기’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미술평론가 오광수 씨는 “한국화란 미술 용어는 1950년대 말 대만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중국화도 일본화도 아닌 한국인만의 그림이란 뜻에서 사용되기 시작해 아직까지도 그 정체성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며 “한국화의 위기도 그 같은 개념 정립의 모호함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화는 서구 미술 중심의 학교 교육은 물론 서구의 ‘컨템퍼러리 미술’만이 대접받는 미술계 현장을 반영해 비평적으로 소외되고 시장 가격도 폭락하면서 젊은 작가들마저 기피하고 있다.

중견 여성화가로 한국화를 그리는 이숙자 작가는 “서양 미술 중심의 지난 세기 미술 교육의 후유증과 여파로 비주류 회화로 밀려온 한국화의 현실로 미뤄 볼 때 주도적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안타깝다”며 “전통에 바탕을 둔 한국화에 서양화가 흡수돼 강건한 한국회화 양식, 즉 한국화 또는 한국회화로 거듭나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화가들이 한국화를 다시 살리기 위해 뭉쳤다. 최근 원로 한국화가인 민경갑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등 한국화가들이 ‘한국화발전협의회’ 창립을 위한 준비위원회(준비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모임에 참여한 미술인들은 한국화가 비평과 시장 두 측면 모두에서 비정상적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데 뜻을 함께했으며, 각자가 생각하는 한국화의 가치에 대해 말했다.

민경갑 회장은 “국공립 미술관 전시와 유명 비엔날레 등 대형 행사를 보면 모두 컨템퍼러리 미술만이 유일한 가치인 것처럼 진행되고 있다”며 “세계 속에 한국미술을 꽃피우고 싶고 그것이 전통미술의 창조적 계승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 같은 모임을 제안했다”고 창립 취지를 밝혔다.

또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김달진 관장은 “미술계 일각에서 근대미술관 건립이 논의되고 있는데, 한국 근대미술을 다루면서 한국화가 빠질 수 없고 한국화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장기 계획을 수립해 한국화 부흥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는 ‘20세기 한국화의 역사’ 전을 열고 있다. 전시 개막 즈음에 박물관은 ‘20세기 한국화의 역사’란 책을 펴냈다. 책에서는 20세기 한국화 대표작가로 이응노, 박생광, 송수남, 이상범, 변관식, 김기창, 천경자, 서세옥 등을 지목하고 있다. 전시는 12월 2일까지 계속된다.

한편 준비위원회 회의 결과 대회장으로 민경갑 회장이 선출됐고, 추진위원으로 한국화여성작가회 김춘옥 고문, 경기대 최한동 교수, 대구미술협회 민병도 고문, 대한민국공공미술협회 하정민 회장,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강종래 추진위원장, 월간미술세계 백용현 대표 등이 선정됐다.

준비위원회는 12월 2일 미술인 200인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중구 남산동 동보성에서 ‘한국화발전협의회’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한국화의 날’ 선포식을 거행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