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톡>“얼굴 만져봐도 될까요…” 상처 치유하는 목소리, 영화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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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사라지는 것만큼 아름다운 건 없어.”

일본 거장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신작 ‘빛나는’(사진)에 영화 속 영화를 녹여내며 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상실의 고통을 전하고, 그럼에도 다시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한 줄기 빛이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영화는 시력을 잃어가는 유명 사진작가와 시각장애인을 위해 영화 화면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글을 쓰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상 해설 작가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가와세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로 풀어냈다.

갑자기 시력을 잃게 된 사진작가 나카모리(나가세 마사토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 모니터링 모임에 참여해 초보 작가 미사코(미사키 아야메)와 만난다. 두 사람은 영상 해설을 놓고,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며 논쟁을 주고받는다. 나카모리는 미사코의 해설이 본인의 주관을 강요하는 것 같다고 질타하고, 미사코는 나카모리의 상상력 부재를 거론하며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하지만 우연히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간다.

나카모리와 미사코의 사랑은 영화의 얼개일 뿐 큰 흐름은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된 나카모리와, 실종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지우지 못하는 미사코가 서로의 상처가 일치하는 지점을 발견하고, 그 상처를 서로에게서 치유 받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 영화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과 예술적 성취가 돋보이는 작품에 주는 에큐메니컬상을 수상했다.

영화에서 미사코는 섬세한 음성해설을 하기 위해 자신의 눈에 보이는 상황을 말로 설명하는 연습을 한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 영화를 말로 풀어내는 것이 작품의 맛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사코와 나카모리가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는 장면을 음성해설 방식으로 소개한다. 미사코 앞에 한참을 서 있던 나카모리가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혹시…얼굴…만져봐도 될까요?”. 미사코는 나카모리의 손을 잡아 자신의 얼굴에 댄다. 미사코의 뺨을 쓰다듬던 나카모리의 손이 그의 눈과 코, 입술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진다. 미사코는 눈을 감은 채 나카모리의 손길을 느낀다. 나카모리는 흔들리는 미사코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는다. 2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