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지진 ‘즉각 대응’ 역량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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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오 서울시립대 교수 도시방재안전연구소장

정부는 20일, 지난 15일 규모 기준으로 역대 2위급의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현지에서는, 지원 기준을 현실화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지역 주민들의 피해와 불편 최소화가 당면 과제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여전히 지진을 ‘학습’하는 데 집중돼 있다. 건축물의 내진설계가 적용돼 있는지, 내진설계 건축물은 정말 안전한 것인지, 얼마만큼의 충격에 안전할 것인지, 액상화의 발생 메커니즘은 무엇인지 등. 더욱이, 필로티 구조물과 같은 취약성이 확인됐다고 판단하는 대상물에 대해서는 해당 취약성을 사전에 확인하지 못한 정부와 학계의 무능함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이러한 지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예방 대책과 관련된 학습과 대책은 여러 분야에서 융합적으로 검토, 적용해야 한다. 특히, 지진 피해의 원인을 밝히려면 지진동의 충격강도와 그에 따른 대상물의 취약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필로티 구조물의 지진 시 취약성이나 액상화의 문제 등은 단순한 인과관계로 해석하거나 설명하기 어렵다. 더욱이 모든 대상물과 지형·지리적 속성을 반영한다 하더라도 그 기술적 수준에 대한 비용 지출 구조에 사회적 합의를 이뤄 지진 발생 시 유효한 안전 대책을 확보·적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의 대비·대응 시스템이 연속적으로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것이다. 포항지역의 지진 피해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붕괴 우려와 불안으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거나 생계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사회적 감시와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2015년 일본의 구마모토(熊本)현 지진 이후 ‘이코노미증후군’에 의한 사망자가 보고된 바 있다.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없는 집단 이재민 수용시설에서의 오랜 생활에 지치고, 자신의 집은 붕괴 우려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소형 자동차에서 임시 피난생활을 한 게 원인이 돼 사망한 사례다.

또,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때에는 편의점에 식료품을 가득 보관하고 있었음에도 통신 두절로 인해 결제 시스템이 마비되자 문을 닫은 가게가 있었다. 그리고 긴급 구호 물품 지원 차량이 현장으로 급히 가던 중 연료가 바닥나 주유소에 들렀으나 결제 시스템이 마비돼 기름을 넣을 수 없는 낭패를 겪기도 했다. 1995년 1월 한신(阪神)·아와지(淡路) 대지진을 겪은 고베(神戶)에서는 대규모 도시 재건사업이 이뤄져 내진 강도를 확보한 건물들이 속속 들어섰다. 하지만 당시 피해를 본 소규모 산업단지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사업 중단 등으로 서비스업 중심의, 생산 기능이 전혀 없는 도시로 전락하기도 했다.

따라서 지진 피해 지역이 정상 기능으로 조기 회복하는 것을 방해하는 기능 불연속 상황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 방재 당국에서는 구난·구호 역량이 효율적·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어떤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재난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예방대책의 적용 수준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나, 예방대책 실패나 대책 적용 수준을 초월해 발생한 사태에 대해서도 대비·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은 정부의 핵심 기능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