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立地규제 ‘해상풍력’으로 넘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제도를 통해 바람이 강한 북해상에 대규모의 해상 풍력발전소를 건설했다. 사진은 북해에 설치된 제미니 해상풍력발전소. 네덜란드 Gemini Wind Farm 제공

- 산업부 ‘국가주도 계획입지제도’ 추진

풍력,부지 인허가에 차질 빚자
규제 덜한 해상풍력 주목받아

대규모 발전단지 조성에 용이
정부 통제로 난개발 피할수도

유럽선 계획입지 이미 활성화
투명한 절차 거쳐 풍력 확대

英, 公기관이 입지선정 등 총괄
네덜란드,정부서 개발구역지정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3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극복해야 할 산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중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입지 규제’.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미래형 산업이며, 온실가스 감축 등 국가 당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지만 정부의 강한 의지와 달리 지역 차원의 각종 규제가 사업의 실질적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 실제로 풍력발전의 경우, 부지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지방 정부가 입지 규제를 완화하지 않아 사업의 차질을 빚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역 규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고, 대규모 사업이 가능한 해상풍력을 국가 주도의 계획입지제도를 통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해상풍력, 엄격한 절차 병행한 국가주도 형태로

기본적으로 해상풍력은 인허가 절차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소유 주체가 국가인 해상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풍력발전기 설치가 가능하다. 이미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등 풍력발전 보급이 앞선 유럽 국가들은 국가형 계획입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 등에서는 대규모 해상풍력발전이 연안 생태계를 위협하고 연근해 어업을 하는 어촌 지역민들에게 악영향을 준다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부는 엄밀한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통해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킨다는 방침이다.

선진국 사례를 통해 산업부는 계획입지로 해상풍력발전 설치 절차에 투명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먼저 ‘재생에너지 촉진법’ 등에 따라 정부 자금을 투입해 지형 조사, 풍황(風況) 및 파도, 조류 조사 등 사전예비조사를 진행한다. 그다음 해상풍력 적합 부지 내 사업예정구역을 지정하고, 기본적 설계를 통해 터빈의 재원, 기수, 하부구조물 타입 등을 큰 범위에서 지정한다. 이후 환경부와 협의해 환경영향평가를 시행, 풍력발전 기기를 설치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후 민간(혹은 공공기관) 사업자가 이곳에 들어오게 되는데, 정부는 입찰을 통해 선정된 사업자들이 발전사업을 위한 모든 허가를 일괄 획득하고 발전단지 착공을 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들은 다양한 보상방안(발전 수익 공유 등) 제시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어촌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럽 국가들, 계획입지제도로 해상풍력 규모화 성공

유럽 선진국들은 이 같은 계획입지제도를 통해 정부가 직접 나서 해상풍력발전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영국은 ‘크라운 에스테이트(Crown Estate)’라는 회사가 영국 해안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는데, 이 회사는 영국 왕실 소유 자산을 운영·관리하는 공공기관이다. 이 회사가 해상풍력발전 개발예정지구를 지정하고 사업자가 입찰에 참여하는 형태인데, 최종적으로 선정된 사업자는 Crown Estate사로부터 임대권을 배당받은 후 다수의 정부기관으로부터 개발 허가 및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계획입지제도가 공공기관을 통해 시행되고 있는 형태로, 이 회사가 풍력단지 지정 및 운영에 관해 입지 선정, 사업 가능성 평가 등 7단계로 구분하고 기술적, 환경적 요인 등의 검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는 민간 차원에서의 풍력발전이 일찌감치 자리 잡은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규모 전력생산 등을 위해 계획입지제도를 도입, 정부 주도의 풍력발전단지를 지정하고 입찰을 실시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네덜란드 경제부가 풍력발전개발구역을 지정하면, 경제부 산하기관인 기업청이 풍력발전단지에 대한 보조금 지원 및 입찰을 진행하는 형태다. 2015~2019년 사이 700㎿ 규모의 해상풍력단지(5개소, 총 3.5GW) 사업자 입찰이 추진됐다.

덴마크는 풍력자원평가, 환경평가, 터빈구매 계약협상, 지역 회의 주선 등 모든 구체적인 절차를 재생에너지법에 명시해 대규모 풍력단지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기본적인 계획입지제도는 다른 유럽 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덴마크 에너지기구(DEA)가 예정지역 지정 시 바람 자원, 소음 및 그림자 영향, 기타 인프라시설 및 토지이용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풍력발전을 통해 당장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지역과 잠재성을 지닌 지역 등으로 나눠 풍력발전 개발이 엄격한 정부의 통제 아래 추진된다는 게 특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은 투명하고 엄격한 계획입지제도를 통해 풍력발전을 확대하고 있다”며 “국가가 엄격한 제도 아래 통제하기에 난개발 및 지역 갈등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