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4大 메이저대회, 내년 ‘먹튀 방지’ 규정 도입

무분별한 1회전 기권 막아
1월 濠오픈선 ‘25초 서브룰’
어기면 벌금 2186만 원 부과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가 내년부터 ‘먹튀 방지’ 규정을 도입한다.

그랜드슬램위원회는 22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등 4대 메이저대회에 적용할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무분별한 1회전 기권을 막기 위한 조치. 그랜드슬램위원회는 내년 메이저대회 남녀단식 1회전이 열리기 직전(현지시간 정오 이후) 기권 의사를 밝힌 선수에겐 1회전 출전 상금의 50%만 지급하기로 했다.

기권자 대신 1회전에 출전했다가 패한 선수에게 나머지 50% 상금을 부여한다. 경기 도중 기권하는 선수에 관한 규정도 엄격해진다. 심판이 판단했을 때 심각한 부상이 아니거나, 지나치게 무성의한 플레이로 일관하다가 게임을 포기하는 경우엔 1회전 상금보다 많은 벌금을 부과키로 했다.

지금까지 메이저대회는 1회전 기권으로 인한 ‘먹튀’ 논란이 반복돼왔다. 1회전을 포기하더라도 거액의 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올해 윔블던의 경우 1회전에서 패하더라도 3만5000파운드(약 5065만 원)를 챙길 수 있었다. 영국 BBC는 “윔블던 1회전에서만 남자부 8명, 여자부 1명이 기권했다”며 “첫 경기를 제대로 치르지 않고도 거액의 상금을 가져갔다”고 꼬집었다.

세계랭킹 2위 로저 페더러(36·스위스)는 “참가를 간절하게 원하는 선수들이 코트에 서야 한다”며 먹튀 논란을 일으킨 기권자들을 비난했다.

한편 내년 1월 열리는 호주오픈에선 ‘25초 서브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규정엔 포인트가 발생한 뒤 25초 이내에 서브하도록 돼 있지만, 규정 위반 여부를 심판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내년 호주오픈에선 전광판을 통해 25초를 정확하게 잰다. 25초를 어기면 2만 달러(2186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세계 1위 라파엘 나달(31·스페인)은 “서브의 템포 조절은 선수들의 고유한 영역”이라며 반발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