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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22일(水)
비과학적 괴담은 反인륜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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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경제산업부 부장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는 3세대 유전자 교정(Editing)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중나선으로 된 DNA 중 비정상 부위를 단백질 효소로 떼어낸 후 새로운 정상 유전체로 교체하는 작업이다. 세상에 나온 지 5년밖에 안 됐지만 이 혁신기술은 그저 팔자로만 치부하던 자폐, 간질 등 유전병 치료의 길을 열어 ‘DNA 혁명’으로까지 일컬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과학자가 국내 생명윤리법상 허용되지 않는 인간배아의 유전자 교정을 미국과 공동 연구팀을 이뤄 세계 최초로 성공시켜 주목을 끌었다. 머지않아 유전자 교정 상추 등이 우리 식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종래 유전자변형(GMO) 작물이 원래 생물에 다른 종의 유전자를 심어 일반인의 심리적 저항을 부른 것과 달리, 자기 몸 안에서 안 좋은 부분의 유전자만 바꾼다는 점에서 일보 진전된 기술로 평가받는다. 기존 GMO 작물은 일부 반대론자로부터 ‘프랑켄푸드’로 불리며 인류를 해치는 흉물쯤으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얼마 전 서울에서 큰 과학잔치가 열렸다. 한국 과학계 석학 모임인 과학기술한림원이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 세계적인 과학계 리더들을 초청해 벌인 행사였다. 그런데 생물학을 전공한 한 노벨상 수상자의 연설문이 눈에 들어왔다. 199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리처드 로버츠 교수의 ‘먹거리 공포와 건강 염려증, 비과학과의 싸움’ 강연이었다. 그는 “GMO 작물을 악마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전통적인 육종 방식을 보다 정밀하게 만든 것일 뿐, 건강에 유해하지 않다”고 열변을 토했다. 로버츠 교수는 심지어 극렬 환경단체의 반(反) GMO 캠페인을 반인륜 범죄로 성토하기까지 했다. 그는 “인류에게 더 큰 위협은 기아”라며 “아직도 개도국에서 많은 사람이 굶주림으로 사망하는 현실을 외면한 채 GMO 작물 보급 반대운동을 펼치는 일부 좌파 지식인은 ‘배부른 불평’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조용한 연구실에서 나 홀로 연구에만 몰두하던 원로 학자, 객관과 이성의 신봉자인 과학자가 이렇게 거친 어조로 다른 집단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기는 거의 처음이었다. 그만큼 자신이 평생을 바쳐온 과학의 최신 성과에 대한 자부심과 더불어, 무지에서 비롯된 비이성적 공포가 얼마나 대중을 쉽게 감염시키는지 한탄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전달돼 왔다.

경주에 이어 포항에서 다시 큰 지진이 발생하면서 근거 없는 원자력발전소 공포가 또 고개를 쳐들고 있다. 이에 편승한 원전 폐기론자들의 목청도 조금 커졌다. 비과학적 공포를 이기는 이성과 용기가 필요하다. 거기에 “국내 건설은 안 되지만 수출은 장려한다”는 개구리 시야에서 벗어나 인류 전체의 복리에 기여하겠다는 도전의식까지 갖추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같은 미래의 노벨상도 나올 것이다. 문득,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이들 배부른 반원전운동 집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GMO 작물’은 ‘원전’으로, ‘기아’는 ‘에너지’로 바꾼 가상의 강연에서다. “원전을 악마화하면 안 됩니다. 아직도 인류에게 더 큰 위협은 에너지 문제입니다. 개도국 사람들이 에너지가 부족해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도, 원전 보급을 막는 행위는 반인륜 범죄에 가깝습니다.”

no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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