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도 못댄 古典 번역 속도내려면 전문대학원 설립 필요”

신승운 고전번역원장 밝혀

“아직 번역에 손을 못 대는 분야가 많은 우리 고전 번역의 속도를 높이려면 전문대학원 설립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고전번역원에 7년 과정의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료생이 학위를 인정받지 못해 다시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취임 8개월째를 맞는 신승운 한국고전번역원장이 취임사에서 내걸었던 ‘30년을 바라보는 번역원의 큰 그림’을 제시했다. 민족문화추진회(민추)의 전통을 이어받아 2007년 설립된 한국고전번역원이 10주년을 맞아 ‘고전번역대학원대학’ 창설이 가장 화급하다. 신 원장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열어 고전번역대학원대학 설립, 한국 고전을 총정리하는 ‘한국고전총간’ 출간, 번역은 완료됐으나 간행되지 않은 고전 출판, 대중 도서 출간과 고전 콘텐츠 제공 등 내년부터 역점을 두고 진행할 네 가지 사업을 공개했다.

고전번역원은 신진 번역자의 평균 연령이 40세에 달할 정도로 노령화 현상이 심각해 번역의 이론적 성과도 축적되지 않고 있다. 이는 고전번역원 산하 교육원이 학위를 인정받지 못해 수강생들이 다시 대학원에 진학하는 ‘역진현상’ 때문이다. 돈과 시간의 낭비일 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고전번역을 회피하게 만든다. 번역원은 내년 상반기 서울 은평구 진관동의 새 청사로 이전하기 때문에 인프라와 교수 인력에 문제가 없다. 다만 한국고전번역원법 개정으로 설립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신 원장은 “교육원이 전문대학원이 돼야 우수 인재가 유입되고 양성기간이 단축돼 번역기간을 줄일 뿐더러 번역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전번역원은 민추 시절부터 236종, 2242책을 정리·번역했으나 남은 고전을 번역하려면 앞으로 약 70년은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고전총간 출간은 중국이 한국의 고문헌을 입수해 출간하는 이른바 ‘고서공정(古書工程)’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의 한문 고서는 ‘논어’ ‘맹자’ 같은 경학 관련 서적인 경부(經部), ‘고려사’와 ‘동국통감’ 같은 역사책인 사부(史部), 학술과 사상에 관한 책인 자부(子部), 개인 문집인 집부(集部) 등 네 개 부문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집부만 정리된 상태다. 신 원장은 “경부, 사부, 자부 도서의 정리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