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수도자가 해석한 불교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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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석 묵상집 ‘예수처럼…’

“서로 다른 신앙을 지닌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것은 교리가 아니라 종교 체험입니다.”

미국 버클리 예수회신학대에서 신학을 전공한 예수회 신부이면서 동국대에서 불교 철학으로 석·박사를 한 이영석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교수가 중국 송나라 무문 혜개 선사의 ‘무문관’에 나오는 화두 48개를 그리스도 수행자로서 해석한 묵상집 ‘예수처럼 부처처럼’(성바오로출판사)을 펴냈다. 이 교수는 “복음서의 구체적인 장면 안으로 직접 들어가 보라고 초대한 이냐시오(예수회의 창립자)의 관상 기도가 몸에 익은 덕분에 ‘무문관’의 공안 속 등장인물이 되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면서 수행을 통한 종교 체험에 대해 말한다.

그는 “‘지금, 여기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삶의 기술’(ars vitae)에 대해 그리스도교와 불교가 겹치는 부분이 꽤 있지만, 문법은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 예컨대 그리스도교에서는 진리에 이르는 길과 문이 좁다(마태 7,13)고 하지만, 불교에서는 길이 너무 넓어 문이 아예 없다(대도무문·大道無門)고 말한다. 진리로 통하는 입구에 서서 왜 이렇게 다르게 표현할까. 이 교수는 “아마도 그리스도교 신자는 진리를 인격적인 사랑과 자비의 측면에서, 불교 신자는 비인격적인 지혜의 측면에서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한다. 진리의 문으로 들어가려면 “얼마나 자신을 버리고 비우고 낮추느냐에 따라 승부가 가려진다. 애당초 문이 없이 뻥 뚫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식으로, 이 교수는 성경에 나오는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요한 20,2)는 막달레나 마리아의 말에서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무(無)”라고 답하는 조주 선사의 선문답을 연결짓는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