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교장실을 놀이터처럼… 학생들과 동시 읽고 오카리나 함께 연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외남 교장이 경기 동두천시 동두천송내초교 교장실에서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학생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동두천송내초교 제공

신외남 동두천송내초교 교장

40분 먼저 출근해 교문서 인사
등굣길 아이들 일일이 보살펴
성적 보다 성실함 먼저 가르쳐

제자들에게 모범 되려고 노력
쓰고 남은 현수막 모아 바느질
800여명에 ‘공 주머니’ 나눠줘

“교장실 문턱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자주 만나야 고민이 뭔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경기 동두천시 동두천송내초교 신외남(여·56) 교장은 2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과 교장실에 모여 오카리나(점토나 도자기로 만든 작은 악기로 입으로 불어서 관 속의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를 냄)를 불고 시를 외우며 가깝게 지내는 이유에 대해서 이같이 밝혔다. 신 교장은 지난 1981년 교직 생활을 시작한 37년 차 베테랑 교사지만 “초임 교사 시절의 열정, 그 이상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장은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등굣길 학생들을 돌보기 위해 평교사보다 40분 빠른 오전 8시에 출근해 학생들을 교문에서 맞이한다.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교문에 서서 아이들과 아침 인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며 “기분이 좋지 않은 아이들도 ‘아침맞이’를 하는 나를 보고 자연스레 ‘사랑합니다’ 하며 따라 인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에 진학한 아이들도 가끔 초등학교 앞을 지나며 ‘교장 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쳐 한참을 웃을 때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13년 9월 교장으로 부임한 직후부터 권위를 내려놓고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교장실 문을 활짝 개방했다.

신 교장은 “다가가기 어려운 교장실은 옛말”이라며 “권위를 내려놓고자 교장실에 상석을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친하게 지내고 싶은 내 마음을 아는지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 되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교장실로 모여든다”며 “아이들은 개별 혹은 단체로 동시를 낭송하거나 오카리나를 불며 논다”고 말했다.

신 교장은 교장실을 찾아 악기 연주 솜씨 등을 뽐내는 학생들을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때론 신 교장이 개인적으로 준비한 간식과 선물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신 교장은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때론 피곤하기도 하지만, 나의 작은 칭찬에 방긋 웃으며 교장실을 나서는 아이들을 볼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어려운 가정환경이나 교우 문제를 평교사들보다 더 빨리 알아채기도 한다. 그는 “왕따나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한 고민을 듣고 직접 해결한 적도 많다. 놀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고민을 공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신 교장은 평교사 시절부터 학생들을 ‘우수한 학생’보다는 ‘성실한 학생’으로 길러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한다. 그는 우등상을 받는 학생보다 개근상을 받는 학생에게 칭찬을 더 많이 한다.

신 교장은 “지금은 국내의 이름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된 제자가 졸업한 지 25년 만에 찾아와 ‘선생님께서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주신 덕분에 부모님의 이혼 등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음악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 적이 있다”고 자랑했다.

해당 제자는 신 교장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동두천송내초교의 학생과 교사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신 교장은 음악회 당시를 회상하며 “과거 내가 가르쳤던 제자가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제자에게 음악을 선물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교사가 된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신 교장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말로만 ‘성실하라’고 하면 가르침을 줄 수가 없다”고도 했다.

그 스스로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는 부지런한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얻어 현수막을 활용한 주머니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일도 나서서 한다.

그는 “아이들이 공을 갖고 놀다가 떨어트리고서 그걸 줍기 위해 차로에 뛰어드는 경우가 있다. 지자체 등에서 사용하고 남은 현수막을 손수 바느질해 공을 담는 주머니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장이 퇴근 시간과 주말에 손수 만든 주머니를 받은 학생만 벌써 800명이 넘는다.

신 교장은 앞으로도 학생이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모두 소중한 보물로 여기고, 진심으로 대하면 올바르게 자란다는 믿음을 잃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도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