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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23일(木)
‘공공기관 낙하산’ 행렬은 원조 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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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洪 임명 강행으로 내각은 완성
공공기관장 노린 줄대기 극심
무자격 ‘캠프 인사’ 기용 본격화

방송 경영진 교체도 ‘적폐’ 반복
임원추천위 절차 ‘무늬만 경쟁’
文정부는 국민 속이지 말아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1일 임명됐다. 그에 대한 의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웬만큼 해명됐다는 게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 가라는 사람, 중소기업인은 작은 성공에 불과하고 세계의 천재들과 경쟁하기엔 근본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사람, 재벌을 암세포라 생각하는 사람, 게다가 면세점 관련 법 개정을 주도해 정책 능력을 의심받는 사람을 야당 모두가 강력히 반대하는데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적지 않은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이로써 취임 195일 만에 문 정부의 1기 내각이 완성됐다. 다음은 공공기관장 인사 차례다. 대선 캠프에 몸담아 대통령 당선에 이바지한 사람들은 한자리 차지하기 위해 온갖 연줄을 동원해 정권 실세들에게 이력서를 들이미느라 정신이 없다. 주기적 선거로 정권을 교체하는 게 민주주의라지만, 정말 원조 적폐를 들라면 바로 이런 정권교체와 함께 이뤄지는 공공기관장 인사가 아닐까.

청와대는 민간 협회장 인사에 간여하지 않는다고 공언했지만, 대한석유협회장에 공동선대위원장 출신의 김효석 전 의원, 한국무역협회장에 노무현 정부 경제수석으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김영주 전 산업자원부 장관, 손해보험협회장에 노 정부 경제보좌관 출신의 김용덕 전 금융감독원장 등이 선출됐다. 정권의 영향이 아니라면 설명되지 않는다. 그뿐인가? 민간기업인 KT와 포스코 회장직도 하마평이 오르내리는 것은 그 자리를 노리는 인사가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정부의 직접적 영향력 아래에 있는 공공기관들은 더욱 심하다. 600조 원의 거대 기금을 주무르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 연금이나 투자와 전혀 상관없는 김성주 전 의원이 임명되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한국인터넷진흥원장에는 문재인 캠프의 미디어특보단 출신인 김석환 전 KNN 대표가 취임했다. 이들이 이처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자격이나 능력이라면 대선 캠프에 몸담아 선거에 기여했다는 것밖에 없다.

언론 장악을 위한 역대 정권의 시도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직전 노 정부에서 임명됐던 KBS 정연주 사장을 교체하기 위해 국세청을 비롯한 권력기관들을 동원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한데, 이를 언론 장악 시도라고 그토록 비판했던 지금의 여당과 청와대는 이번엔 노조를 통해 방송사 경영진을 교체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권력기관을 이용하느냐, 노조를 이용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똑같이 방송사 경영진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로 교체하려는 시도인데도, 한쪽은 방송 장악이고 다른 한쪽은 방송 민주화란다.

공공기관장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공개경쟁을 통해 임명하도록 제도화돼 있다. 임추위는 일정 기간 공고를 거쳐 응모한 인사들을 대상으로 서류심사를 통해 후보를 압축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대면 면접을 한다. 대개 3배수의 최종 후보자가 선정되면, 순위와 함께 이를 기획재정부에 설치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상정하고, 공운위가 최종적으로 기관장을 확정한다.

그러나 아무도 공공기관장 인선 과정이 공개경쟁을 통해 이뤄진다고 믿지 않는다. 무늬만 경쟁일 뿐 실제로는 정권 창출에 공을 세운 사람 중 이미 결정된 인사를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공운위에 추천되는 후보 중 정권에 의해 낙점된 인사가 반드시 포함되도록 사전에 기획돼 있다. 만일 어떤 이유로든 미리 낙점한 인사가 포함되지 않는 불상사가 생기면 공운위는 이를 거부하고 재공모 과정을 거치도록 한다. 이처럼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드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은 공공기관장을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공모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강조하기 위함이다. 사실은 그게 아닌데도 말이다.

적폐 청산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은 문 정부는 달라졌으면 좋겠다. 공공기관장을 공모하려면 진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전문성과 능력을 고루 갖춘 후보자들이 경쟁에 뛰어들어 공공기관들이 훨씬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사들을 임명하는 자리는 기관장의 경영 능력과 큰 상관 없는 기관으로 제한하고, 아예 공모 절차 없이 임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정한 적폐 청산은, 더는 국민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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