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合法 존엄사’ 한 달만에 3~4건… ‘선택’ 더 늘듯

- 연명의료결정법 시범사업

말기·임종기 환자에만 적용
생명연장 위한 의료행위 중단
현재 심폐소생술 거부 포함하면
사실상 하루 400명 존엄사 선택

연명의료 결정 시범사업 시작 한 달 만에 ‘웰다잉’을 합법적으로 선택한 사례가 3~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폐소생술을 거부하는 중환자의 사망을 고려하면 사실상 하루 400명 정도가 존엄사를 선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추정도 나왔다. 이처럼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면서 갈수록 웰다잉 선택이 증가할 전망이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연명의료 결정 시범사업이 진행된 전국 10개 병원에서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등으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임종과정 환자가 3∼4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로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히 악화해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를 말한다. 연명의료 중단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멈추는 것이다. 통증완화 처치나 영양분·물·산소 등의 공급은 중단되지 않는다.

합법적 존엄사는 한 달여 동안 3~4건이지만,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사실상의 존엄사는 더 많다는 분석이다. 연명의료결정법 등에 관여한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하루 400명 정도가 존엄사를 선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의료기관에서 관행적으로 중환자들을 대상으로 받는 ‘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DNR·do not resuscitate)가 사실상 연명의료계획서임을 고려한 분석이다. 만성질환 사망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500명이 병원에서 사망하는데 이 중 15%(약 75명)는 중환자실로 이동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만, 85%(약 425명)는 심폐소생술 등 중환자실 치료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NR는 현행법상 법적 효력은 없지만, 중환자실 치료 거부 의사를 밝힌 환자들이 주로 작성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현재 법령은 모든 사람이 작성할 수 있는 ‘사전의료의향서’와 달리 ‘연명의료계획서’는 대상이 제한돼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나 임종기 환자가 의사에게 요청해 작성할 수 있다. 문제는 사망진단으로 충격을 받은 상태의 환자는 물론 가족에게 의사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이유로 말기·임종기 환자뿐 아니라 수개월 내 임종과정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도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대상자를 넓히는 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8일쯤 시범사업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