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진보강 땐 추가 지원… 소형 건축물도 정기점검 의무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시 북구의 한 빌라 외벽이 지진으로 무너져 내려 파편이 뒹굴고 있다. 연합뉴스

- ‘지진 대책’ 전문가 제언

모든 민간건축물 지원 못해도
필로티 주택 등 시급한 곳은
주택도시기금 활용해 유도를
정부 “지적들 검토해서 보완”

‘11·15 포항 지진’을 계기로 건축물 내진 설계와 관련한 제도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축 건축물에 대한 내진성능 기준이 크게 강화한 것과 달리 기존 건축물의 내진보강 속도가 지지부진하고, 필로티(건물에서 벽 없이 기둥만 있는 구조) 주택과 같은 소규모 건축물의 경우 설계대로 시공이 이뤄지지 않는 등 군데군데 허점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기존 건축물의 내진보강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추가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영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건축도시정책정보센터장은 “정부가 수백만 동에 달하는 민간 건축물에 일괄 공사비를 대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필로티 주택 등 시급한 곳을 중심으로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이자를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내진 설계 의무대상은 1988년 ‘연면적(바닥면적 합계) 10만㎡ 이상 또는 6층 이상’ 건축물에서 점차 늘어나 경주 지진을 계기로 올 2월부터는 ‘500㎡ 또는 2층 이상’까지로 확대됐다. 또 다음 달부터는 연면적 기준이 200㎡로 더 낮아지고 모든 주택은 의무대상이 된다.

정부는 강화된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기존 건축물의 내진보강 시 건축주에게 용적률·건폐율 완화 또는 지방세 감면 혜택 등을 주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민간 건축물의 20.4%만 내진 설계가 이뤄져 있다.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술정책연구실장은 “필로티 구조가 모두 위험하다거나 민간 건축물도 원전 수준으로 내진보강을 해야 한다는 식의 성급한 주장은 지양해야 한다”면서도 “어느 시설물이 위험한지부터 철저히 조사하고, 이를 중심으로 내진보강을 위한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건축물 위주인 안전진단 의무를 소형 건축물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10년 이상 된 다중이용 건축물이나 연면적이 3000㎡ 이상인 집합건축물 등 대형 건물은 지진에 안전한지 구조안전 여부를 포함해 2년마다 정기점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소형 건축물에 대해서는 이 같은 규제 조항이 없다. 조 센터장은 “자동차 검사처럼 소규모 건축물도 주기적으로 안전점검을 받도록 하는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건축물 내진 설계 및 감리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도 과제다. 박성운 GS건설 건축설계팀 부장은 “포항 현장에 가보니 내진 설계가 안 된 건축물도 있고, 도면상에는 내진 설계가 돼 있으나 막상 시공에 반영이 안 된 곳도 많았다”며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관리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존 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 비용 저리 대출 등 내진 설계와 관련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남영우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관 직무대행은 “현재 나오는 지적들을 모두 검토해 보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