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바쁜 공공기관 개혁, 다시 뒷전으로

- 금융혁신위도 ‘노동 이사제’ 도입 권고 검토

文정부 공약…금융위 수용할듯
KDB産銀 등에 우선적용 예상
방만경영·체질개선은 밀려나
産銀노조 ‘기득권챙기기’나서
금융發 국가경쟁력 하락 우려

금융위원회의 자문기관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혁신위)가 ‘노동자 추천 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 권고를 검토하면서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시급한 공공 부문 구조개혁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간으로의 확산도 배제할 수 없어 과거로의 회귀에 따른 금융 발(發) 국가경쟁력 하락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 중 금융당국 개혁안을 내놓을 혁신위는 최종 권고안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을지 여부를 놓고 막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고인 만큼 수용 여부는 금융위에 달렸지만,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항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혁신위의 권고안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이 제도는 법제화를 통해 KDB산업은행(산은) 등 금융 공공기관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금융권 안팎에서는 시급한 공공부문 개혁이 또다시 중단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방만 경영과 관료화된 체질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지만, 노조의 임금과 인사, 복리후생 향상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면서 수년간의 체질개선 성과도 수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산은 노조는 최근 그동안 줄어든 복지제도 복원을 꾀하고 있다. 수년간 진행된 공공기관 정상화 작업에 따라 복지 혜택이 줄었는데 친 노조 정부 출범 이후 다시 기득권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산은은 지난해 금융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복지 혜택 축소 등 비용절감 등의 혁신 노력을 인정받아 전년보다 한 단계 높은 평가등급을 받은 바 있다.

폐지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대안으로 제시된 ‘직무급제’도 공회전할 가능성이 크다. 산은 노조 등이 속해 있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가 직무급제의 일괄 적용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무급제는 문 대통령이 성과연봉제의 대안으로 제시한 제도로, 업무 성격이나, 난이도, 직무 책임성 등에 따라 급여에 차등을 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에 도입되면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능해지고 대형 파업도 잦을 수 있다”면서 “효율 경영이 어려워지며 정부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공공기관 도입 시 민간으로의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