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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24일(金)
(1254) 61장 서유기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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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베네치아에 있어요.”

하선옥의 목소리는 밝다. 여행 일주일째, 스케줄을 제 마음대로 바꾸는 터라 파리에서 베네치아로 왔다. 베네치아, 서동수는 옛날에 밀라노에서 열차를 타고 베네치아에 가본 적이 있다. 30년쯤 전 회사원 시절, 그때는 과장이었던가? 밀라노 출장을 갔다가 하루 시간을 냈던 것이다. 그때의 ‘여행’은 마치 간식을 훔쳐 먹는 것 같은 스릴과 감동이 얹혀져서 어디를 봐도 설레었다.

“응, 그래. 난 지금도 서울이야. 내일 프리타운으로 가려고.”

“요즘 재미 좋아요?”

불쑥 하선옥이 묻는 바람에 서동수는 심호흡부터 했다. 거짓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살인자가 자신은 안 죽였다는 거짓말은 나쁘지만 이런 거짓말은 선의로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 필요하다.

“당신이 없으니까 허전해. 몸 어딘가가 비어 있는 것 같아.”

“아이고, 말도 유창하지.”

“내가 거기 갈까?”

“마음에도 없는 소리 말아요. 어젯밤에도 실컷 즐겼으면서.”

“그게 무슨 말이야?”

일단 즉각 되묻고 나서 서동수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안가의 응접실 안, 오후 4시, 베네치아 시간은 오전 8시다. 오지연이 오전 9시에 떠났으니 7시간이나 지났다. 그때 하선옥이 웃음 띤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서울에서 공식 스케줄이 없는 날 밤에 가만있을 위인이 아니죠.”

“아, 숨 쉬고 밥은 먹지. 가만있는 건 아니지.”

“알았어요. 술 과음하지 마시고.”

“난 과음 안 해. 잘 알잖아?”

“무리하게 섹스하지 마시고.”

“무슨 말이야? 또.”

“침대 밑에 스타킹이나 팬티 같은 거 떨어진 것 잘 치우라고 해요.”

“아, 그것참.”

“지난번에는 침실에 향수 냄새가 배어있어서 다 세탁했어요. 몰랐죠?”

“…….”

“미안해요, 아침부터. 참, 거긴 오후겠네.”

“너무 과로하지 마. 밥 잘 챙겨 먹고.”

“체중이 늘어날 것 같아요.”

대화가 정상적으로 돌아오자 서동수는 소리죽여 숨을 들이켰다가 뱉었다. 갑자기 행복감이 밀려왔으므로 서동수는 전화기를 고쳐 쥐고 말했다.

“당신이 있어서 행복해.”

이것은 절대 립서비스가 아니다. 환경의 변화를 받긴 했어도 진심이다. 어느 놈이 백지 상태에서 감동이 일어난다는 말이냐? 다 상황에 따른다. 통화를 끝낸 서동수가 인터폰을 눌렀다.

“네, 회장님.”

안가 관리인 백 씨다. 서동수가 헛기침을 하고 나서 말했다.

“침실의 시트, 커튼까지 다 세탁을 하도록 해요. 그리고 바닥 양탄자도.”

“네, 회장님.”

“집 안 공기가 탁하니까 매일 한두 번은 환기를 하는 게 낫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전화기를 내려놓은 서동수가 혼잣말을 했다.

“이게 바로 사는 재미지.”

내일은 프리타운에 가서 나라 전체가 회사처럼 돌아가는 것을 확인할 것이었다. 시에라리온은 한국하고 인연이 적어서 그야말로 ‘난데없는’ 국가지만 요즘 세상에 인연 없는 존재가 어디 있는가? 연락도 없는 형제보다 아플 때 차 태워주는 이웃집 외국인이 더 의지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이 아니라는 인간은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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