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판문점 경계 실패…北 기습이면 最前方 뚫렸을 수 있다

지난 13일 발생한 판문점 북한 병사 귀순 및 총격 사건과 관련, 유엔군사령부는 22일 관련 영상 6분57초 분량을 공개하며 전반적으로 ‘현명한 대응’이었고, 한국군 대대장의 ‘전략적 판단’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수두룩하다. 판문점은 남북 군대가 직접 대면하는 최전방(最前方)이다. 그만큼 일분일초도 경계 및 대응 태세가 흐트러져선 안 된다. 유엔사와 국방부는 귀순병 구조 작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훨씬 중요한 것이 북한 도발에 합당하게 대응했느냐의 문제다.

무엇보다 경계의 실패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공개 영상에 따르더라도 오후 3시11분엔 북한군 차량의 고속 남하 장면이 포착됐다. 고성능 감시탑 CCTV는 이미 ‘추적’을 시작했다. 남측 병력은 당연히 합당한 경계 태세에 돌입해야 했는데, 그냥 화면만 지켜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차량이 ‘72시간 다리’를 넘어 질주하는 등 이상 징후가 뚜렷해진 뒤에도 ‘비례적 대응’은 없었던 것 같다. 둘째, 북한군은 3시13분 귀순병을 향해 출동했고, 15분 군사분계선(MDL) 남측의 귀순병을 향해 조준사격을 했으며 17분에는 퇴각했다. 4분 만에 군사적 조치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도 남측의 군사적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경고사격은 고사하고, 그런 태세도 없었다. 귀순과 추적을 가장한 기습 공격이었다면 판문점 초소 등 최전방 병력은 전멸(全滅)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귀순 병사의 구조를 둘러싼 의문도 적지 않다. 목숨을 걸고 구조에 나선 장병들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다. 그러나 귀순 병사가 MDL을 뛰어 넘어왔는데도 16분이 지난 뒤에 발견했다. 구출하는 데 다시 24분이 허비됐다. 판문점은 그리 넓지 않은 지역이고, 귀순병이 남측으로 넘어와 얼마 못 가 건물 부근에 쓰러졌다. 그런데 위치도 몰라 열상감시장비(TOD)를 동원해야 했고, 구조에 40분이 걸렸다. 정상으로 보기 힘들다. CCTV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긴 했는가.

북한군이 남측을 향해 난사(亂射)하고, 자유를 찾아 이미 남측에 도달한 귀순병을 사살하려 한 중대한 사태다. 어떤 식으로든 강력한 응징을 해야 재도발을 막을 수 있다.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한 항의도 필요하지만 실효성이 있기 힘들다. 우회적 방법이라도 동원해 수십 배의 고통을 안겨줘야 한다. 그리고 내부적으론 국정조사라도 실시해 경계 및 대응 태세의 허점을 가감 없이 찾아내고 보완하는 일이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