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연평도 포격 7년’ 1초라도 방심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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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진 해병대전략연구소 소장 前 해병대 사령관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30분경, 평온한 섬 연평도는 날벼락처럼 떨어지는 적(敵)의 포탄으로 굉음과 섬광, 뒤덮이는 포연 속에서 ‘불타는 섬’이 됐다. 북한군이 기습적으로 포격 도발을 했기 때문이다.

북한군의 이 포격 도발로 떨어진 170여 발의 포탄 중 80여 발이 군부대와 민가 지역에 떨어져 군 2명 전사, 16명 부상, 민간인 2명 사망, 부상 3명과 다수의 가옥이 전소했다. 우리도 연평도 전방 무도와 개머리 지역에 80발의 대응사격을 했고, 저들에게 40여 명 사상이라는 피해를 주었다. 포 1개 중대로 적 야전군 포병을 상대로 용감히 싸운 연평부대 포 7중대의 감투 정신에 경의를 표하며, 산화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명복을 빈다.

아쉽게도 7년 전 그날의 분노는 사그라지고, 이날을 기억하는 사람마저 그렇게 있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아예 내놓고 핵(核) 개발을 계속할 것임을 천명하고, 미국은 지난 2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 최고 수위의 제재 압박을 가하고 있다. 쑹타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특사의 북한 방문 보따리도 그저 그랬다. 북한의 내부에서는 또 숙청의 피바람이 일고 있는 듯하다. 그들의 국내외적 상황은 핵과 미사일뿐만 아니라, 국지 도발의 가능성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1951년 4월 해병대 2개 중대가 연평도와 백령도를 점령한 이래 적의 목에 비수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서북 도서(島嶼)는 적 도발의 최우선 지역이다. 언제든 경계의 끈을 늦춰선 안 되는 곳이다.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때다.

첫째, 최전방의 군대가 적만 바라보고 주저와 두려움 없이 싸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사태가 발생하기 무섭게 군 수뇌부가 이곳저곳으로 불려 다니며 딴 일 하기 바쁘게 만들면 야전지휘관들과 중견간부들도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게 되면 적을 보기보다는 뒤를 의식하고 싸우는 군대를 만든다. 축구에서 명감독은 운동장에 들어간 선수가 창의적으로 마음껏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국가 대표선수단 단장으로 일하면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하는 방법을 잘 보았고 경험했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안보를 경륜하면서 최소한 히딩크보다는 나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둘째, 최상의 대비를 하게 해야 한다. 서북도서작전은 지상·해상·공중 전력의 총집결지다. 작전의 모든 요소가 눈 감고도 자기 임무를 할 수 있도록 터득하게 해야 한다. 합동성이 생명이다. 정부가 바뀌고 군 수뇌부도 바뀌었다. 지휘부 간의 팀워크를 다시 한 번 점검하며, 모든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전에 시도해 보지 않았던 도발 형태에도 유의하자. 서북 도서 어느 곳을 기습 강점하려 할지 모른다. 단 1분, 1초라도 적의 군홧발이 우리의 강토를 더럽히는 수치를 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

셋째, 사기를 올려 줘야 한다. 군대는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다. 국민이 보내는 따듯한 격려와 진정한 신뢰가 그들의 사기를 올리는 값진 자양분이 된다. 내년 러시아월드컵과 평창동계올림픽에 나가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메달의 영광을 위해 뛰는 사람들이나, 절해고도(絶海孤島)에서 적과 대치하고 있는 그들은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하고 있는 우리의 진정한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오늘도 서해의 해풍과 싸우며 도서 방어에 전념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