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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24일(金)
힘 잃은 IS… 다시 꿈틀대는 이슬람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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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규모 할랄식품 1조 · 금융 2조달러… 전세계 ‘쟁탈전’
韓 찾는 무슬림 1년에 85만명… 전문가 키워 교류 늘려야


금융자산 年 평균 20% 씩 늘어
지난해 채권 발행도 748억달러
2060년이후 세계최대 종교될듯

‘WIEF 2017’ 말레이시아서 열려
60개국 참가해 교류 활성화 논의
한국, 올해 행사 개최하려다 무산

이슬람 지역 韓流 폭발적인 인기
드라마부터 영화·게임까지 열풍
국내기업 ‘할랄식품 출시’잇따라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활개를 치던 중동 지역에서 거점을 잃자 이슬람 경제권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중동의 맹주 자리를 놓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충돌 조짐이 재차 일고 있지만 사우디는 석유 의존 탈피를 위한 경제 개혁을, 핵무기 개발로 인한 오랜 제재에서 풀려난 이란은 서방과의 교역 확대를 각각 추진하고 있다. 이슬람 권역의 또 다른 중심지인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 포함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 대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베트남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서 경제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따라서 종교적 폐쇄성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활동 영역을 넓혀온 이슬람 경제권의 시장 확장은 향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매년 이슬람 권역 국가들의 정책 입안자, 주요 기업, 투자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이슬람 경제권의 성장을 고민하는 세계이슬람경제포럼(WIEF)이 지난 21∼23일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됐다. 이번 WIEF를 통해 이슬람 경제권의 특징과 현안, 성장 전략 등을 짚어본다.

1 WIEF의 역할

WIEF는 지난 2005년부터 이슬람 권역 국가들의 무역·투자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슬람 권역 내 국가 간의 경제 교류뿐만 아니라 이슬람 권역과 비(非) 이슬람 경제권의 교류 활성화까지 폭넓은 이슈를 다루는 국제적 논의의 장이다. 1회 행사가 열렸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WIEF 상설사무국 측은 포럼의 목적에 대해 “이슬람 세계를 전 세계의 외국인 투자자와 비즈니스 파트너를 유치할 수 있는 수익성 있는 무역·투자 단체로 결속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WIEF는 1년에 한 차례 주로 이슬람 권역 국가에서 열리지만 지난 2013년 9회 행사는 처음으로 유럽 지역이자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영국 런던에서 열리기도 했다. 이슬람 지역의 주요 다국적기업 및 대기업과 이슬람협력기구(OIC), 이슬람개발은행(IDB) 등의 이슬람권 국제기구들이 WIEF를 후원하거나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CNBC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같은 유력 매체들도 미디어 파트너십을 맺고 관련 소식을 전 세계에 전하고 있다.

2 올해 WIEF의 현안은

지난 21∼23일 보르네오섬 가운데 말레이시아의 영토에 위치한 휴양지 쿠칭에서 열린 WIEF 2017에서 약 60개국에서 온 2500여 명의 포럼 참가자는 ‘파괴적 변화(disruptive change)’에 주목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가 실물 자산에 기반을 둔 경제활동에서 금융에 기반을 둔 경제활동으로 중심을 옮기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기술들이 기존 경제활동을 파괴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 이번 WIEF에서 집중 논의됐다. 또 이를 위해 미국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디지털 대응 능력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행사 첫날인 21일 좌담회에서 “각국 정부가 국가의 디지털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며 “초등·대학교육 단계에서 미래에 중요해질 기술들을 향한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3 이슬람 관련 시장 규모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이슬람교도가 계속 증가해 2060년 이후에는 이슬람교가 세계 최대 종교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이슬람 관련 시장의 규모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에 따르면 이슬람에서 허용하는 ‘할랄(halal)’ 식품의 경우 2015년 전 세계 시장 규모가 1조 달러(약 1087조 원)였던 데서 2020년이면 2조6000억 달러(약 2827조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앞으로 할랄 시장은 식품을 넘어 의약품·바이오·관광·호텔·금융 등으로 영역이 급속히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슬람 금융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산 규모가 2006년 5000억 달러에서 2015년 2조2000억 달러로 연평균 20% 가까이 성장했다. 또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발행된 이슬람 채권은 748억 달러(약 85조 원)에 달했다. 아시아는 물론 영국과 홍콩에 이어 룩셈부르크, 더블린, 두바이, 쿠알라룸푸르 등이 글로벌 이슬람 채권의 허브로 부상하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4 이슬람 채권‘수쿠크’

이자 지급을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Sharia)에 따라 투자자에게 그 대가로 이자 대신 실물거래 성격을 갖춘 배당금 형태의 수익을 지급하는 이슬람 채권을 말한다. 투자자로부터 투자받은 자산을 특정 사업에 투자한 후 이를 통해 얻는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일반 채권과 다르다. 이자에 해당하는 부분은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의 활용을 통한 배당금 혹은 리스료 형태로 지급하고, 원금은 실물 자산을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재매입하게 하거나 일반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회수한다. 이는 자산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고, 자산에서 얻는 수익금을 채권 보유자에게 돌려주는 자산담보부증권(ABS)과 원리가 비슷하다. 수쿠크 채권은 기초자산과 발행자, 수익자를 연결하는 구조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행할 수 있다. 이슬람 금융회사를 위한 회계감사기구(AAOIFI)에 따르면 수쿠크 채권은 기초자산의 종류에 따라 14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은 실물 자산 매매 방식인 무라바하(Murabahah), 리스 형식인 이자라(Ijarah), 출자 형식인 무샤라카(Musharakah), 신탁금융인 무다라바(Mudharabah) 등이다.

▲  지난 4월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히잡을 쓴 이슬람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5 이슬람 자본유치법 무산 이유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외화 조달을 위해 이슬람 채권의 발행을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슬람 채권의 수익도 일반 외화표시채권과 같이 소득세·법인세를 면제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슬람 채권의 특성상 임대료나 배당에 붙는 각종 세금에 특례를 적용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종교계에서는 이를 ‘종교적 특혜’로 규정하고, 이슬람 채권을 통해 이슬람으로 들어간 돈이 테러 자금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법안에 찬성한 의원에 대해 낙선운동까지 벌이겠다고 나서면서 결국 2011년 국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당시 조용기 순복음교회 목사는 “정부가 이슬람채권법의 입법화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이명박 대통령 하야 운동을 벌이고 법이 통과되면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혀 파문을 낳기도 했다.

6 ‘할랄’이란

‘할랄’이란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총칭하며, 아랍어로 ‘신이 허용한 것’이라는 의미다. 2010년부터 이슬람권의 경제 부흥 및 이슬람 인구 급증으로 국제기업들이 할랄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으며, 한국도 이슬람 여행객 증가에 따라 2015년부터 기업들이 할랄 제품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특히 할랄 식품이 깨끗하고 건강한 음식으로 인식되면서 국내 식품기업인 농심(할랄 신라면)·풀무원(자연은 맛있다)·오리온(초코파이)·롯데제과(꼬깔콘)·남양유업(멸균초코우유) 등이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이슬람 율법에서 금지한 알코올과 민물고기·돼지고기 등이 음식에 전혀 첨가되지 않아야 한다. 소·양·오리 등 허용되는 육류도 일정 의식을 치른 뒤 이슬람식 도축법인 ‘다비하’에 따라 도살돼야 한다. 죽은 동물의 피를 먹어선 안 된다는 조건에 따라 피도 깨끗이 제거돼야 한다. 또 할랄 인증 관련 기관이 세계 200곳이 넘는 만큼 절차와 과정이 복잡하다. 특히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에서 할랄 인증을 받지 않을 경우 수출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등 넘어야 할 산업 장벽이 많은 상황이다.

7 한국의 WIEF 유치 시도

강원도는 할랄 시장 선점과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2017 WIEF’를 평창에서 개최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최문순 강원지사가 지난 2015년 WIEF가 열린 쿠알라룸푸르로 날아가 나집 툰 압둘 라작 총리와 면담하고 협력을 요청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 강원도가 WIEF를 유치하면 런던에 이어 두 번째 비이슬람권 개최지가 되는 것이었다. 강원도는 WIEF 사무국과 유치 양해각서(MOU) 체결 직전까지 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계 각지에서 이슬람 관련 테러가 발생하면서 이슬람에 대한 국민 정서가 악화한 데다 WIEF가 평창올림픽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열리기 때문에 올림픽 안전을 우선시해 유치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종교단체는 WIEF의 국내 개최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  지난 22일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13회 세계이슬람경제포럼(WIEF)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WIEF 트위터 캡처

8 한국 찾는 이슬람 관광객

한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은 메르스 사태로 주춤했던 지난 2015년을 빼면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무슬림 관광객 통계는 이슬람 국가이거나 이슬람교도가 압도적으로 많은 국가의 입국자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추산한다. 무슬림 관광객으로 분류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5개 나라다. 연간 한국을 방문하는 무슬림 입국자는 85만 명 정도다. 같은 무슬림이라도 취향과 소비수준 등이 뚜렷하게 달라 관광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아시아 무슬림’으로, 터키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를 ‘중동 무슬림’으로 따로 묶어 분류한다. 아시아 무슬림 관광객들은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한국 여행 비용이 점차 낮아짐에 따라 방문객층이 중산층까지 확대되는 추세이고, 중동 무슬림 관광객의 경우는 비즈니스 방문이나 질병 치료 등 의료 관광 목적으로 입국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무슬림 관광객의 한국 체류 기간은 평균 7일. 아시아 무슬림이 6.3일인 반면 중동 무슬림은 9.3일로 더 길다. 방한 무슬림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춘천의 남이섬. 이어 서울의 명동, 남산타워, 고궁 등의 순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무슬림 관광객이 한국 여행 시 선호하는 활동은 쇼핑이 단연 1위였고, 자연 경관 감상, 역사유적지 방문, 테마파크 방문, 식도락 관광의 순이었다. 쇼핑 물품으로 아시아 무슬림 관광객은 의료, 화장품, 식료품 쇼핑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중동 무슬림 관광객은 신발류와 전자제품의 구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뚜렷하게 구분됐다. 식성도 차이가 났다. 아시아 무슬림은 불고기를, 중동 무슬림은 비빔밥을 가장 좋아했다. 아시아 무슬림은 비빔밥에 이어 김치, 떡볶이 등을 3위로 꼽았으나, 중동 무슬림은 김치와 떡볶이의 선호도는 낮았다.

9 개신교계의 입장

한국의 주류 종교 중에서 보수 개신교계는 이슬람에 대해 거의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여왔다. 대개의 개신교 교단은 이슬람의 국내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이슬람대책위원회를 두고 있고, 범교단 차원의 기구도 있다. 지난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 한 대형 교회의 목사는 설교 중 “이슬람교인들에게 임한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말해 외교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청이 청사에 무슬림 기도처 설치를 검토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개신교계에 돌면서 조직적인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할랄 푸드 단지나 할랄 도축장 등을 기획하면 개신교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되기 일쑤다. 그러면서도 국내 개신교는 이슬람권 국가에 대한 선교에 전투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동남아권의 외국인 노동자 중 이슬람교도가 있지만, 국내의 이슬람교는 극히 미미하고 선교 활동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국내 개신교계의 반이슬람 정서는 종교 평화뿐 아니라 이슬람권 국가와의 경제협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10 이슬람권 ‘한류 바람’

이슬람 국가들이 모여 있는 중동 지역에서도 한류 바람이 거세다. 이란 국영방송에서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과 ‘주몽’은 각각 시청률 85%와 86%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현재도 한국 드라마는 중동 지역 국가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 바람은 가요, 영화, 게임 등으로 번져 있는 상태다. 한류 바람은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집트 아이샴스 대학교, 요르단 요르단대학교에 한국어학과가 생겼으며 이집트에서 매년 개최되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 역시 현지의 폭발적인 관심 속에서 열리고 있다. 한류는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을 갖는 데 도움을 주고 해외시장에서 한국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호감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계량화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현재의 한류 바람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중동 지역의 한류 바람을 유지하기 위해선 중동 지역 전문가를 양성해야 하고 작품 구성 과정에서 이슬람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 소재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준희·황혜진·김다영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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