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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24일(金)
한·중 語感 차이와 외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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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베이징 특파원

한·중 외교장관 회담 다음 날인 2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사드 문제에 대한 단계적 처리에 대해 일부 합의를 이뤘다’는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한국 정부와 해석하는 바가 다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제돤싱(階段性·단계적)’의 뜻은 ‘현 단계에서(at the current stage)’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셰(一些)’ 역시 ‘부분’ 보다는 ‘섬(some)’이라고 언급했다.

‘단계적’과 ‘일부’라는 표현의 단초는 중국 측 통역사가 제공했다. 양국의 ‘다른’ 해석을 보여주는 문장이었지만 거칠었던 통역으로 더욱 과장된 셈이다. 이보다 더한 경우도 있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서울대 연설 당시 현장 취재 기자들은 ‘통역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당황했다. 통역이 더듬거리거나 말거나 시 주석은 역사와 고사를 인용하며 속사포처럼 말을 이어갔다. 2015년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의 베이징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도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그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까’라는 질문에 “조만간 방문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 기자들은 ‘김정은, 조만간 방중’ 뉴스에 흥분했다. ‘조만간’이라고 통역한 단어는 ‘짜오완(早晩)’이었다. 다시 확인하니 중국어로 ‘츠짜오(遲早)’라고 다시 말해 줬고 영어로 ‘수너 오어 레이터(sooner or later)’, 더 설명하면 ‘시간의 문제지 언젠가 오지 않겠느냐’는 원론적인 얘기였다. 그런데 한국어로 ‘조만간’이라고 말하니 마치 ‘곧’ 올 것처럼 들렸고 양국 정부 차원에서 이미 방중 일정 조율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처럼 통역 과정에서 종종 양국 언어가 한자를 공통으로 쓴다는 점 때문에 미세하게 뉘앙스가 다르거나 용법이 달라도 마치 완전히 같은 의미를 가지는 단어처럼 해석돼 오해가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나 중국 외교부에는 영어 외에는 전문 통역사가 없어 보통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외교관이 통역을 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언어뿐 아니다. 역사나 문화, 외모에서도 한국과 중국이 유사하거나 서로 영향을 받은 부분이 많다고 해서 명확하고 분명히 존재하는 차이를 소홀히 하고 각자 자신의 시각에 맞춰 해석하려는 현상이 종종 벌어진다. 사드(THAAD) 문제 역시 양국 간에 막연한 기대에 따른 실망감이 필요 이상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 8월 한·중 수교 25주년 행사에서 김장수 전 주중 대사는 “양국관계의 회복을 믿는다”면서 “지자구동, 우자구이(智者求同, 愚者求異)”라고 말했다. 현명한 자는 서로 같은 것을 추구하고 어리석은 자는 서로 다른 것을 추구한다는 고사성어다. 사드 배치로 난항에 빠졌던 한·중 관계가 회복하는 것은 양국 모두에 좋은 일이다. 하지만 김 전 대사의 말처럼 양국이 또다시 ‘차이’는 덮어두고 ‘같음’만을 추구한다면 오히려 또 다른 오해와 불신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한·중 관계 2.0 시대는 ‘차이’와 ‘다름’을 외면하거나 서둘러 덮는 대신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를 직시하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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