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낚싯배 영업’… 안전은 뒷전

본업보다 부업…‘본말전도’
1人 10만 ~ 30만원에 태워
면세유 지원받는 특혜까지

구명조끼 무시… 정원 초과
구조 위한 위치발신기도 꺼
낚시어선 사고 해마다 급증

최근 낚시가 국민 생활 취미 1위로 등극할 만큼 인기를 끄는 가운데 낚싯배도 크게 늘면서 안전사고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일반 어선(10t 이하)은 신고만 하면 낚싯배로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면서 기본적인 안전장치도 갖추지 않은 어선들이 낚시 영업에 나서고 있다.

24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86건에 불과하던 낚시어선 사고가 2015년에는 206건, 지난해 208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8월 말 현재 이미 160건이 넘어섰다. 올 사고 통계에는 바다낚시 성수기인 9~11월 사고 집계가 빠진 것이어서 올해는 지난해 수준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사고유형으로는 4건 중 1건이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충돌과 침몰, 좌초 등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간 낚시어선 수도 급격히 증가해 인천의 경우 등록된 어선(5~10t) 538척 중 247척(46%)이 관할 지자체에 ‘낚시어선업’을 신고했다. 바다낚시 이용객이 많은 충남 태안군은 같은 규모의 등록 어선 472척 중 절반이 넘는 265척(56%)이 낚싯배로 이용되고 있다. 또 양식장이 많은 전남에도 2649척의 등록 어선 중 830척(31%)이 낚시어선이다. 어민들이 바다에서 그물로 고기를 잡는 본업 대신 1인당 10만~30만 원을 받고 낚시꾼을 태워주는 부업에 더 나서는 것이다.

현행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은 총톤수 10t 미만의 동력 어선에 한해 관할 지자체에 신고만으로도 ‘낚시어선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들 낚시어선의 경우 일반 어선과 똑같이 면세유를 지원받을 수 있다. 연간 60일 이상 조업을 하거나 120만 원 상당의 수산물 거래증명서만 있으면 어선 등록이 가능해 낚싯배 운영만을 을 목적으로 한 ‘가짜 어선’도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낚시업을 목적으로 한 어선의 경우 정원을 초과하거나 구명조끼 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무시한 채 영업을 하고 있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낚시어선의 경우 낚시행위가 금지된 특정해역에 들어가거나 자신들만 아는 ‘포인트’를 들키지 않으려고 조난 시 구조에 필요한 위치발신장치(V-Pass)까지 끈 채 영업을 하고 있어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해경은 낚시어선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유관기관과 어업인 의견을 수렴해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