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액심사도 안 끝난 예산 25兆… 기재부 ‘패닉’

법정시한 5일 남았는데…
“예결위 사실상 놀았던 셈”

‘통과돼도 문제, 안 되면 더욱 심각한 문제!’

내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불과 5일 남기고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 예년의 경우 예산 감액(減額) 심사가 끝나고, 증액 심사가 본격화해야 할 시기에 아직 감액 심사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7일 경제부처와 국회 등에 따르면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감액 심사가 보류된 예산은 172개 항목, 25조 원에 달한다.

경제 부처 관계자는 “그동안 예결위는 사실상 놀았다고 보면 된다”며 “공무원 증원 예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재정 지원 예산, 아동수당 도입 예산 등 여야 간에 의견이 엇갈리는 사실상 모든 예산을 ‘보류’로 넘겨놨다”고 말했다.

법정 시한까지는 5일 남았다. 그러나 본회의 통과 기준으로 5일 남은 것이고, 예결위 기준으로는 오는 29일까지 단 3일의 여유가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여야 간에 감액 심사를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증액 심사까지 해야 하니 부실·졸속 심사 가능성은 100%이고, ‘쪽지 예산’(국회의원의 개인적인 민원 예산) 등 불법 예산 끼워 넣기도 평년보다 훨씬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세종 관가에서는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5일 남겨놓고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도 아니고,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기재부 2차관 등 극소수로 구성된 소소(小小)위원회에 수십조 원의 감액과 증액 심사를 한꺼번에 맡긴다는 것은 국회가 사실상 내년 예산안 심의를 포기했다는 뜻”이라면서 “소소위에 포함된 사람들이 무슨 신(神)이냐,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감액과 증액 심의를 동시에 제대로 한다는 얘기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예결위 차원에서 타결이 어려운 부분은 여야 3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원내 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2 회동’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치적 주고받기’를 한다고 해도 시한 내 타결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 상태로는 “내년 예산이 시한 내에 통과돼도 걱정, 안 돼도 걱정”이라는 게 중론이다. 시한 내에 통과되면 유례를 찾기 힘든 졸속 심의가 될 게 확실시되고, 시한 내에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4년 만에 처음으로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어기게 되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11월 21일자 16면 참조)

특히 내년 예산안(정부 안)에는 올해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20%나 삭감됐기 때문에 예산 심의 막바지 단계에서 힘 있는 여야 정치인의 쪽지 예산이 물밀 듯이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