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10.16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사회일반
[사회] His Story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29일(水)
“火치유법 가장 많이 묻는데… 죽을 고비 넘긴 내 답은 ‘걷기’”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가 지난 21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경희대병원 사무실에서 화병이 생기는 이유와 치유 방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火病 전문가’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교수

심장병 탓 ‘살 가망 없다’진단
3·7세때 두 번 수술받고 회복

공포 느낀 뒤 정신의학 공부
현재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로
火病환자 상담·치료에 주력

“걸을 때의 같은 속도·리듬감
심리적 안정 유지에 큰 도움
요즘도 화날 땐 걸어서 퇴근”

“100세 시대엔 50세가 정점
아프지 않고 내려갈 준비를”


선천성 심장병으로 어려서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이 있다. 수술 후유증으로 남들처럼 목소리가 우렁차게 나오지도 않고 말을 하다 보면 가끔 숨도 차지만, 가슴에 남은 깊은 흉터를 ‘인생 훈장’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아픔을 발판 삼아 타인의 아픔을 보듬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그는 지금은 ‘걷기 여행 주치의’ ‘화병(火病) 전문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건강을 지키고 싶은 다양한 사람들과 네팔 히말라야, 스페인 산티아고 등 전 세계 트레킹 명소를 찾아다니며 현지에서 명상 강좌와 침 시술로 화병을 치유하고 있는 김종우(52)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타인의 화병을 다스리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생사를 넘나드는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다. 심장 주치의가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무모한 도전을 그만둬야 한다”고 만류하지만, 김 교수는 “도전이야말로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원동력”이라며 오늘도 걷고, 또 걷고 있다.

김 교수가 최근 펴낸 ‘마흔 넘어 걷기 여행’이란 책을 읽으며 ‘기적’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김 교수에게 찾아온 기적은 우연이 아닌 자신의 적극적인 삶의 자세가 변화를 이끌어낸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1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경희대병원 사무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기자에게 대뜸 “제 목소리가 이래서 인터뷰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김 교수의 작고 가녀린 목소리는 태어나자마자 앓은 심장병 때문이다. 당시 김 교수의 부모는 “가망이 없다”는 의사 말에 한동안 그를 호적에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무속인까지 찾았다. 무속인은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테니 걱정하지 마라”는 뜻밖의 예언을 했다. 그제야 김 교수는 부모의 호적에 오를 수 있었다.

당시 국내에는 그의 심장을 수술할 기술력이 없었다. 결국, 세 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첫 수술을 받은 김 교수는 일곱 살 때 미국에서 두 번째 수술을 받았다. 미국 현지 의사는 비슷한 수술을 받은 환자 6명 중 1명이 사망하는 위험한 수술이라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라”고 부모에게 알렸다. 부모의 애타는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 수술은 성공이었다. 하지만 수술과정에서 그는 왼쪽 성대를 잃었다. 심장을 몸 밖으로 꺼내기 위해서는 심장과 연결된 신경을 잘라 길게 늘여야 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성대 부위였다.

“요즘에는 심장을 꺼내 수술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성대를 잘라낼 필요가 없어요. 당시에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죠. 모두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김 교수는 초등학교 때 자신을 남들과 다른 환경에 놓이게 한 하늘을 잠시나마 원망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초등학교 때 남들처럼 오래달리기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도 자신이 처한 상황이 부끄럽지 않았다.

“어렸을 때 옷을 갈아입다가 학급 친구들한테 제 몸의 깊고 긴 수술 흉터를 보여준 적이 있었어요. 그때 친구들한테 ‘야, 이건 내 훈장이야’라고 말을 했는데, 어차피 밝혀질 거 당당히 공개하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대학입시를 앞두고 그는 심리학과 입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어려서 느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평소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았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심리학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찾은 서점에서 그는 우연히 심리학 교수를 만났다. 그 심리학 교수는 사람 심리를 관찰하고 사람의 심리적 고통과 병을 고치려면 심리학과보다는 의과대학에서 정신의학을 공부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항상 아들의 건강을 걱정한 그의 부모는 김 교수의 의과대 지원을 반대했다. “저희 형이 당시 의대생이었는데, 얼마나 그 과정이 힘든지 부모님이 보셨고, 제가 의대에 갔다가 건강을 해칠까 많이 걱정하셨어요.”

부모의 만류에 김 교수는 의대 진학을 포기하고 대신 한의학을 선택했다. 한의학에서도 심리를 다루는 정신의학을 전공했다.

“저는 지금도 청년들에게 항상 자신만의 ‘북극성’을 가질 것을 권합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자기만의 북극성이 있으면 길을 잃지 않고 그 길을 향해 갈 수 있거든요.”

▲  김종우 교수가 트레킹 명소인 이탈리아 돌로미티 산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자연과 호흡하면 자연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며 화병 치료에 걷기 여행을 추천했다. 김종우 교수 제공

이런 현상에 화병은 더는 가사 일이나 오랜 직장생활 등으로 쌓인 화를 적절히 풀어내지 못하는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청년에게도 중요한 문제가 됐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화병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는 2011년 1867명에서 지난해 2859명으로 5년 새 53% 증가했다. “20∼30대에서 화병 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취업난이나 빈부 격차, 극심한 경쟁 풍토 등에 따른 현대사회의 청년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직장이나 학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화병이 생기는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상대적 박탈감 탓에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막히고, 급작스럽게 분노를 표출하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죠.”

김 교수는 화병 치료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으로 ‘걷기’를 추천했다. 그의 걷기 예찬이 이어졌다. 걷기는 같은 속도와 같은 리듬감을 유지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과 이야기도 나누고, 복잡한 생각도 덩달아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람들이 저한테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스트레스 해소법인데, 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조건 걷기가 가장 좋다고 말합니다. 저도 가끔 화가 나면 산책을 하거나 퇴근 때 1시간을 걸어 집에 갈 때가 있는데, 그게 가장 효과가 좋거든요.”

그가 걷기가 화병을 다스리는 데 가장 좋은 비법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10년 전이다. “당시 건강대학원이라는 이름으로 설악산 오색에서 진행됐던 건강 캠프에 주치의로 참여한 게 계기가 돼 현재는 세계 걷기 여행으로 이어졌죠. 2010년 처음 외국으로 걷기 여행을 떠난 곳은 히말라야였는데, 그때 죽음의 문턱을 오가며 도착해 본 안나푸르나 영봉들의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광경을 눈에 담으며 자연의 품에 안긴다는 의미를 몸과 마음으로 깨달았습니다.”

함께 트레킹에 동행하는 참가자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으로, 현장에서 김 교수를 통해 ‘내려놓기’에 대해 배우고 돌아온다. “중년은 인생의 전환기입니다. 100세 시대에서 중년에 해당하는 50세는 산술적으로도 몸과 정신 모두 최고치를 찍는 시기이죠. 젊을 때는 올라갈 일만 생각했습니다. 무엇이 되어야 하나, 내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중년이 되면 달라집니다. 이제 내려갈 시기입니다. 어디까지 내려갈지 걱정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고 잘 내려갈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인생의 목표보다 인생을 살아가는 나만의 방식을 고민합니다. 그리고 걷기는 우리가 가장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운동이며 취미입니다. 걸을 수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생물학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멋진 시기는 중년이다.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의 저자 바버라 스트로치는 “중년의 뇌는 20세 때의 뇌보다 더 낫다”고 주장한다. 젊을 적에는 좌뇌 혹은 우뇌 중 한쪽만 사용하지만, 중년이 되면 좌뇌와 우뇌 모두를 사용해 해결한다는 점에서다. 중년에는 양쪽 뇌를 활발하게 사용하므로 ‘가장 튼튼한 뇌’를 가질 수 있다. 이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가 바로 중년이고, 걷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복잡한 마음을 안정시키고,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행복감을 키울 수 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히말라야, 산티아고, 일본 규슈(九州) 올레, 이탈리아 아말피·돌로미티, 터키 리키안 웨이, 프랑스 파리를 다녀왔다. “걷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걷기에만 중점을 두기보다는 일상적인 삶의 무대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을 재충전하는 정도의 목표면 충분합니다. 새로운 자극보다 휴식과 편안함에 중점을 두는 것입니다. 단 환경은 조금 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경험이 일상생활을 더욱 충실하게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비교하지 않으면 평소 지나치는 것들의 가치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부터 1년에 한 번씩 배낭 여행을 떠났다. 가족 모두가 머리를 모아 여행지를 정한 뒤 준비하고, 다녀와서는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해 기행문을 실은 가족 신문을 만들기도 했다. 여행을 자주 갈 수는 없었지만, 한 번 다녀오면 가족과 대화하고 추억을 되새기면서 오래 여운을 느꼈다.

“여행을 할 때는 최고만 찾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 아이의 친구 중 한 명은 아버지가 외교관이라 어린 시절부터 좋은 곳을 많이 다녔는데, 나중에는 천지연 폭포를 보고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100분의 1도 안 되네’라고 하고, 설악 계곡을 보고 나서는 ‘그랜드캐니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네’라며 불만만 쏟아냈다고 합니다. 여행의 즐거움을 오롯이 느끼려면 너무 자주 가는 것보단 한 번을 가더라도 제대로 계획을 세우고 다녀와서는 기록을 남겨야 그 추억이 오래가고 숙성이 되는 겁니다.”

걷기 여행을 최대한 즐기려면 반드시 명상을 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명상하면 관찰 능력을 키울 수 있고, 여행지에서 만나는 풍경이나 사람뿐 아니라 이를 통해 일어나는 감정, 느낌,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여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저는 혼자 떠나는 여행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만난 여행 친구를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 친구에게는 아내나 가족에게 하지 못한 말들을 쉽게 꺼낼 수 있고,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자연스럽게 풀리거든요.”

김 교수는 지난해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시위 때 느낀 국민의 분노와 이를 평화적으로 분출하고 해결한 사례에 주목해 책을 준비하고 있다.

“촛불집회 때 분노 표출의 방식은 굉장히 극적인 방식입니다. 그동안 분노 폭발이 사회적 문제였다면, 앞으로 어떻게 표출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진지한 자기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광화문광장 촛불시위는 사회적 화병 관점에서 봤을 때 굉장히 중요한 계기입니다. 비폭력적으로도 충분히 분노의 힘을 극대화해 사회를 바꾸고, 창조적인 형태로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과제이자 앞으로 제가 힘을 쏟을 분야입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mail 이해완 기자 / 사회부  이해완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관련기사 ]
▶ “분노 못참는 급성火病 늘어…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만들…
[ 많이 본 기사 ]
▶ ‘文정부 적폐청산 경질 1호’ 박승춘 “이념 다르다고 정치보..
▶ 변희재 “내가 나가야 손석희 2차 피해 줄어” 석방 요구
▶ 누가·왜… 장례식장 천장서 영유아 사체 11구 발견
▶ 잠자던 의붓딸 수차례 성폭행 ‘인면수심’ 50대
▶ ‘13명 죽인 호랑이’ 사살 명령… 동물보호단체 반발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재임 때도 30여회 조사·감사비위 단 1건이라도 있었다면6년 3개월간 재직 가능했겠나신명 다 바친 퇴직 공무원에게국가권력이 망신주기..
ㄴ 나라사랑교육 신설 ‘미운털’ 원인 된 듯
ㄴ 野 “보훈처 조사委 법적인 근거 없다”
잠자던 의붓딸 수차례 성폭행 ‘인면수심’ 50대
아주대 의료진 “이재명 신체에 점이나 제거 흔적없..
학대 의심만으로 마녀사냥…예비 신부 보육교사의..
line
special news ‘미코’ 출신 양정아, 결혼 5년만에 파경
배우 양정아(47)가 지난해 이혼했다.소속사 씨엘엔컴퍼니 측은 “양정아가 지난해 12월 이혼한 게 맞다”고..

line
‘13명 죽인 호랑이’ 사살 명령… 동물보호단체 반발
[단독]외교부 문건서 ‘폼페이오 불만 표출’ 확인
변희재 “내가 나가야 손석희 2차 피해 줄어” 석방 ..
photo_news
135일만의 판빙빙… 수척, 무표정, 관용차 이동
photo_news
‘디바’ 휘트니 목숨 지켜줄 보디가드 있었다면..
line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illust
살인·근친 테마 뒤엉킨 인물관계 속 ‘히스테리컬한 욕망’
[인터넷 유머]
mark명언 mark드골 대통령의 유머
topnew_title
number 동덕여대 알몸男 “여대라서 갑자기 성적 욕..
4년간 661마리 폐사… 서울대공원 ‘동물 잔혹..
매트리스 속에 숨어 4년간 형 집행 피해…미..
JSA 남북지역에 北·南초소 교차 설치…월남..
美 F-22 스텔스 전투기, 허리케인에 최소 17..
hot_photo
한복 입고 국감장 나온 김수민 의..
hot_photo
BTS 베를린장벽 앞에 서다…팬들..
hot_photo
3억짜리 시계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