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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29일(水)
독립성·전문성 위협받는 原安委(원자력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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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2011년 10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출범했다. 이전까지 과학기술부가 관장하던 업무를 별도로 떼어낸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원자력 안전규제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대외적으로는 독립된 규제 기관의 존재를 보여줌으로써 원전 수출의 걸림돌을 제거했다. 그런데 지금 원자력안전위가 독립성을 충분히 확보했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원자력안전위를 설계할 때 진흥과 규제를 대립시킨 것이다. 원자력 안전규제 독립은 진흥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원자력 사업자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이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진흥과 규제를 대립시키는 기묘한 이분법이 작용했다. 그 결과 규제 기관은 태생적으로 퇴보하도록 설계됐다. 전문가 배제 시스템이 우선 작동되는 것이다. 즉, 원자력안전위의 위원은 진흥과 관계없는 인사가 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원자력 사업자의 연구비 지원을 받는 모든 사람은 배제된다. 문제는, 원자력 전공자 가운데 배제되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원자력연구소의 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과 관련 사업자, 50여 명에 불과한 대학교수 가운데 원전사업자의 연구비를 지원받지 않은 경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순수과학적 연구비를 지원받은 경우 외에는 원자력 전공자를 위원으로 부를 수 없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둘째, 원자력안전위 위원은 행정부가 추천한 인사들과 국회가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된다. 그런데 국회가 추천하는 과정에서 여당과 야당이 나눠먹기식으로 정치적 인물을 추천하는 게 문제다. 과연 이게 국민이 원하는 것일까?

셋째, 국민이 원하는 원자력안전위의 역할에 반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사회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과학기술적 평가만을 통해 원자력 시설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그 자체로 안전한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원자력발전소의 인허가나 현안을 처리하는 데 원자력안전위가 청와대 등 상급 기관의 과학기술보좌관 지시를 받는다면 그것은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에 해당하는 원자력안전규제위원회의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해임할 권한은 없다. 국회에도 보고하지만 감독을 받지는 않는다.

넷째, 우리나라에는 탈원전(脫原電)을 주장하는 환경단체가 많이 있다. 원자력위원회 위원 가운데는 탈원전을 주장하는 학자나 환경운동가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물론 이들이 거기에 포함돼 있음으로써 감시 역할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원자력 안전규제라는 것은 원자력 발전을 한다는 전제 아래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할 것인지를 도모하는 것이지, 탈원전을 해서 안전하게 하자는 게 아니다. 탈원전 단체의 교수나 환경운동가들이 내놓는 답은 원자력 안전규제의 답이 아니다. 그 결과, 원자력 안전규제를 심의하는 대신에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논함으로써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이것은 결코 원자력 안전규제에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다.

지금 정부는 원자력안전위를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승격하겠다고 한다. 과연 이것이 원자력 안전규제의 위상을 높이려는 것일까. 아니면, 임기가 남아 있는 위원장과 위원을 갈아치우기 위한 행정적인 꼼수일까. 요즘처럼 민감한 시기에는 의심스러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신에, 국민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안전규제 기관이 어떤 독립성을 가져야 하는지 한번 물어보기 바란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대다수 국민은 정치적·이념적인 이해관계 없이 과학과 기술로만 원자력의 안전성을 판단해줄 것을 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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