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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29일(水)
그들만의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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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경제산업부 부장

최근 A 지방자치단체의 산하 지방 공기업에 지인을 두고 있는 이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는 서글펐다. 이 기업에 여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잡음이 적지 않은데 문제를 제기하면 왕따를 시키고 소리 소문 없이 사장(死藏)시킨다고 했다. “직원의 태반이 지방의회 의원 등 ‘토호(土豪)’의 친인척이라잖아요. 줄을 대 입사했고 그들 나름대로 특권층이란 의식도 있고 자기들 일자리가 소중하다고 생각해 부조리에 대해 아무도 적극적 행동에 나서지 않는 거죠.”

가장 중요한 일자리를 공정경쟁 없이 끼리끼리 비리로 나눠 가진 폐해의 하나다. 공공기관 취업의 어두운 그림자가 이곳뿐일까.

국세청이 앞서 28일 발표한 부동산 거래 세무조사 현황을 보면, 불법과 편법이 곳곳에 만연해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건설·철물공사 업체인 B 업체는 역시 친족인 C그룹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문제없이 성장했다. 공정거래법상 C그룹의 계열사에 편입되어야 하지만 들어가지 않았고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신고할 때 중소기업으로 위장해 증여세를 탈루했다가 수십억 원을 추징당했다. 친족끼리 ‘짬짜미’를 통해 아무렇지도 않게 탈세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경제 상황이 별반 좋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일자리부터 이익을 둘러싼 자본거래에 이르기까지 특정 기득 세력이 재차 이를 독점·세습·향유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뉴스만 펼치면 쉽게 볼 수 있는 게 인사 청탁 의혹이다. ‘신(神)의 직장’이라는 공기업인 강원랜드나 역시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금융감독원, 은행권 연봉순위 3위인 우리은행 등에서 올해 인사 비리 적폐가 고구마 뿌리나오듯 줄줄이 드러난 것은 기실 따지고 보면 우연이 아닐 터이다.

이렇게 입사한 이들 가운데 일화 하나.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국가정보기관 고위직의 딸이 우리은행에 입사했다가 학력 미달로 탈락했는데도 재차 입사해 연수 도중 담을 넘어 술을 마시러 갔다거나, 근무 도중 미용실에 다녀온 얘기는 은근히 회자되고 있다”고 실소했다.

내수 침체는 여전하고 3%대 중속 성장조차 시계(視界) 제로인 현실에서 일자리 부족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정부가 무리해 공공부문 일자리 증대란 마중물을 부어 일자리를 확산하고 다시 소득 증대, 소비 확대, 생산과 투자 증가, 경제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소득주도 성장론 카드를 꺼낸 근본 원인도 고용률 하락이다. 하지만 은밀한 고용의 세습 폐단이 지속된다면, 이력서를 100통, 200통씩 써야 하는 애처로운 ‘들러리’들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 성장론 역시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고용뿐 아니라, 일감 역시 진입장벽을 쳐 놓고 수의계약 형태로 몰아주거나, 독식하는 형태도 여전하다.

이자도 갚지 못해 잠재 파산 가능성을 지닌 기업이 3126개라는 사실이 지난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경제는 아직도 그만큼 취약하다. 시장경제의 근본 질서인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하는 경쟁을 저해하는 ‘그들만의 리그’ 세력이 엄존하는 한 사회·경제 구조의 쇄신과 도약은 그야말로 난망(難望)이다. 세밑, 새해가 코앞인데 신선한 변화의 물결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horizon@
e-mail 이민종 기자 / 사회부 / 부장 이민종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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