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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29일(水)
감사원장 痛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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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경복궁 동쪽 삼청로를 따라 걷다가 국무총리 공관을 지난 뒤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언덕 위에 요새와 같은 담장과 장방형 건물이 보인다. 서울 종로구 북촌로 112. 최고 공직 사정(司正) 기관으로 불리는 감사원(監査院)이다. 1963년 헌법상 독립기구로 발족한 감사원의 주요 업무는 회계 검사와 직무 감찰. 특히 오랫동안 제5국(현재는 공직감찰본부)이 담당해온 공직 감찰은 조선 시대 암행어사와 비슷한 기능으로 부패한 공무원들을 두려움에 떨게 해왔다.

감사원 활동은 원장의 정치적 배경과 성향에 좌우돼왔다. 초기에는 군 출신 감사원장이 많았다. 초대 이원엽, 2대 한신, 3·4대 이주일은 모두 5·16 쿠데타에 가담한 육군 장성 출신이다. 육군 준장 출신 이석제 5·6대 원장 역시 5·16 참여자였지만, 청렴·강직한 성품으로 공직기강 확립 및 부패 척결의 기초를 세워 지금도 최고의 감사원장으로 꼽힌다. 1976년 취임한 총무처 출신 신두영 7대 원장은 군 출신이 아닌 첫 감사원장이었다. 이후 교수·법관·관료 출신이 등장하며 정책 감사로 감사의 영역을 확대하게 된다. 이한기 서울대 법대 학장이 8·9대 원장을 맡았고, 검사 출신 정희택 10대, 육군참모총장 출신 황영시 11·12대, 판사 출신 김영준 13·14대, 대법관 출신 이회창 15대, 역시 대법관 출신 이시윤 16대, 인권변호사 출신 한승헌 17대, 법무장관 출신 이종남 18대, 경제부총리 출신 전윤철 19·20대, 대법관 출신 김황식 21대, 한양대 법대 교수 출신 양건 22대 원장으로 이어졌다.

이회창 원장 이후 청와대는 인선에 더 신중을 기하게 된다. 김영삼 대통령에게 발탁된 이 원장은 전·현 정부를 가리지 않고 성역 없이 사정의 칼을 들이댔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평화의 댐 건설·무기도입 비리 사건으로 감사 대상이 됐고 국정원(당시 국가안전기획부), 국방부, 보안사까지 현장 감사를 받게 됐다. 부담을 느낀 김영삼 정권은 총리로 ‘영전’시켰지만 몇 개월 만에 파국을 맞는다. 감사원장이 잘해야 하겠지만, 권력 핵심의 의중을 거슬러 ‘레드 라인’을 넘으면 골치가 아프다.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신 황찬현 현 23대 원장은 이틀 뒤인 다음 달 1일 임기를 마친다. 아직 후임은 발표되지 않았다. ‘유능한 원장’과 ‘코드 원장’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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