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도발>‘核무력 완성단계’ 선언… 對美협상력 극대화 노려

■ 北, 75일만에 도발 배경

경제제재속 내부결속 의도
테러지원국 재지정 반발도

북한이 지난 9월 15일 이후 75일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탄도미사일 도발을 단행한 것은 대북 경제제재와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핵무력 완성 선언의 시간표를 앞당겨 제재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대미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대북 제재를 강화 중인 중국에 대한 강한 반발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북한의 도발 휴지기가 지속되면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북핵 협상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북한은 이 가운데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당분간 대화나 협상이 아닌 핵무력 고도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조만간 핵·미사일 실험을 몇 차례 더 진행한 뒤 정권 수립 70주년인 2018년을 ‘핵무력 완성의 해’로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에 핵보유국 선언을 한 뒤 내년 2월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평창올림픽을 북핵 해결 계기로 삼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ICBM 정상각도 발사에 성공한 뒤 핵보유국을 선언하고, 추가 핵·미사일 실험 동결을 선언하면서 국면 전환을 노릴 것”이라며 “ICBM 발사에 성공한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시나리오는 우리에게는 최악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핵무력 능력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과시하되 완성 선언을 미루고 미국과의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할 경우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인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금처럼 ICBM을 실거리가 아닌 고각 발사만 해서 미·북 관계의 국면 전환을 고려하려는 것도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미국과 대북 제재를 본격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무력시위의 성격도 엿보인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 모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에 반발하는 차원의 조치를 했다고 본다”며 “시진핑(習近平) 특사가 북한을 방문한 직후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북·중 관계는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북 제재의 충격이 점차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다음 달 평양에서 열리는 ‘만리마(하루에 만 리를 달리는 말)선구자대회’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도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만리마선구자대회는 사회주의 강국 건설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 주민과 단위를 평양으로 초청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행사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