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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30일(木)
학습혁명 없인 4차 산업혁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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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前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지난 百年 대량생산 맞춤 교육
이제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美선 이미 프로젝트 교육 시작

글로벌 교직개혁委 최근 발족
미래 학교에선 개인 상대 학습
개도국들도 추월 기회로 활용


4차 산업혁명의 화두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담론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 주행 자동차, 3D 프린터 등 기술 변화에만 초점을 맞췄지, 기술이 진보할 때 인간 또한 진화한다는 본질적인 측면에는 주목하지 못했다.

기술이 급격히 변화하는 시기에는 교육을 과감히 변화시키는 나라가 선두에 나선다. 전기와 자동차의 2차 산업혁명 시기에 미국은 중등교육을 가장 빠르게 보편화시킴으로써 ‘대량생산(mass production)’ 체계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해 엘리트 교육에 치중하던 유럽을 따라잡고 선두에 나섰다. 당시 교육 방식도 대량생산 체계와 유사했다. 교사가 표준화된 교과과정을 한 교실에 있는 모든 학생에게 강의를 통하여 똑같이 전달하는 학습 방식이었다. 이제 과거 100년 넘게 유지된 대량생산 체계와 유사한 학습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두를 차지할 것이다.

학습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필자가 미국의 뉴테크하이스쿨을 방문했을 때 2명의 교사가 한 교실에 있으면서도 두 교사 모두 강의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소규모 그룹으로 문학에서 묘사된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역사 교사와 영어 교사에게 온라인으로 질문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프로젝트 학습을 하는 170개가 넘는 학교가 네트워크를 구성해 자체적으로 교사들을 교육하고 새로운 학습 방식을 지속적으로 고안하고 있다. 뉴욕의 한 사립학교에서는 3세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거의 모든 수업을 프로젝트 학습으로 진행한다. 이런 학교에서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과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인재(人材)가 길러질 것이라는 믿음은 반나절만 둘러봐도 금방 가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사이버 공간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으로 개개인의 특성과 기호에 맞는 최적의 상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한 다음 모바일과 3D 프린터 등을 통해 저렴하게 제공하는 ‘대량 맞춤(mass customization)’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교육에서도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과 소질에 맞춘 개별화된 교육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는 고교 B학점의 학생도 받아서 성공시키겠다는 ‘포용적 대학’의 모델을 제시했다. 애리조나주립대에서는 기초과목에 인공지능이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잠재력에 맞춰 상호작용적으로 학습 경로를 제공하는 ‘적응학습(adoptive learning)’을 도입했다.

예컨대, 수학 과목에서는 이미 실력을 갖춘 학생은 3주 만에도 학점을 따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은 1년이 걸려서 학점을 딴다. 중요한 것은 수학에 소질이 없는 학생일지라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하면 개별 학생에게 맞춘 최적화된 학습이 가능하므로 거의 모두가 수학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학생이 다음에 화학 과목을 들을 때는 수학에서 이 학생의 학습 능력과 강점에 대해 축적한 정보를 기반으로 수학에서 이 학생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까지 고려해 화학을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제사회도 학습혁명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교육재정위원회’는 지난 9월 ‘교직개혁위원회(EWI)’를 발족하고 필자에게 의장직을 맡겼다. 여기서는, 미래 학교에서는 교사가 의사처럼 돼야 한다는 데 주목한다. 의사가 환자 개개인의 질병에 맞추어 치료하듯이 이제 교사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학생 개개인에게 최적의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교사들이 학생의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 다양한 전문가가 의사를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교에도 다양한 전문가를 배치해 교사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이런 비전은 교직과 학교의 혁명적인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것이다.

몇몇 개발도상국도 학습혁명을 통해 중진국을 추월하려 한다. 올해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 2년간 학습 혁신이 일어난 3000건의 사례를 발표했는데, 그동안 교육이 뒤처진 것으로 평가됐던 인도, 브라질, 케냐 등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세계는 어느 나라보다 교육의 힘을 강하게 믿는 국민을 가진 대한민국이 과연 학습혁명에 나설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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