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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30일(木)
오네긴의 退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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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발레계를 대표하는 황혜민-엄재용 커플이 ‘오네긴’ 공연을 끝으로 은퇴했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간판스타 부부가 오네긴을 고별 공연작으로 선택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작품은 러시아의 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을 발레로 옮긴 것인데, 소설 자체가 “떠나가는 것들에 바쳐진 애가(哀歌)”이기 때문이다. 발레 또한 순간의 공연예술인만큼, 이 부부의 오네긴 공연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이중적 오마주(경의)라고 할 수 있다.

‘오네긴’은 오페라가 더 유명하다. 러시아 문학을 세계문학 반열에 오르게 한 최고 소설로 불리는 ‘예브게니 오네긴’을 바탕으로 러시아 국민주의 작곡가 표도르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오페라는 1879년 모스크바에서 초연됐다. 발레 오네긴은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1965년 초연했으니 오페라가 인기를 끈 지 80여 년 후 만들어진 셈이다. 발레는 여주인공 타티아나의 관점에서, 오페라는 소설처럼 남주인공 오네긴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게 차이다.

오페라 오네긴은 자유분방하고 이지적인 도시 출신 귀족 청년 오네긴과 시골 영주의 딸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타티아나와 오네긴의 사랑 고백 아리아를 비롯해 “구다 구다…”로 시작되는 렌스키의 아리아 ‘어디로 가버렸나, 내 청춘의 황금 날이여’ 등 아름다운 아리아가 많아 러시아 오페라 중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작품 중 하나다. 대부분 오페라는 테너가 남자 주인공을 맡는데 오네긴은 바리톤이 주연을 맡기 때문에 이 작품은 신예 바리톤의 등용문 역할도 해왔다.

근래 들어 오네긴 역을 가장 잘 소화한 바리톤은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출신인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다. 그가 200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타티아나 역을 맡은 미국의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과 공연했을 때 두 사람의 호흡이 너무 잘 맞아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현생(現生)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뇌종양을 앓던 흐보로스톱스키가 지난 22일 55세를 일기로 런던에서 별세했을 때 플레밍은 가장 먼저 “최고의 오네긴이 떠났다”고 애도했다. 흐보로스톱스키는 소련 해체 후 혼란에 빠졌던 러시아인들의 영혼을 위로해준 국민성악가이기도 했다. 그의 유해는 26일 러시아로 옮겨져 모스크바 유공자 묘지와 고향 크라스노야르스크에 반반씩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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