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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30일(木)
文정부 문화권력과 이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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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선 문화부장

연극인 이윤택 씨의 별명은 문화 게릴라다. 그가 제도권 문화 권력이 되는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듣던 때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맡았을 때였다. 그러나 그는 정부 밥 먹는 것을 곧 그만두고 경남 밀양으로 내려가 다시 게릴라 활동을 했다.

그랬던 그가 2012년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 연설을 했다. 정치를 풍자하는 연극을 만들긴 했으나,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살았던 그의 행보로는 뜻밖이었다. 문 후보의 고교 동창임을 밝힌 그는 “아름다운 사람 문재인을 대중에게 알려야겠다 싶어 나왔다”고 했다. 그는 이 연설을 한 탓에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1호로 찍혔다.

박 정부가 탄핵된 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가 명실공히 문화 권력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본거지를 서울에서 고향인 부산으로 옮기며 이런 말을 남겼다. “박 정부에서 피해를 봤다는 이유로 문 정부에서 수혜자가 되고 싶지 않아 무조건 낙향했다.”

이 씨가 앞으로 문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알 수 없다. 현장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그는 문화 행정가로서도 누구보다 뛰어난 자질을 갖췄다. 그럼에도 그가 ‘낙향 정신’을 유지해 문화 게릴라로 계속 활동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게 정치권력에 복무하지 않는 문화예술인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은 예외 없이 문화 융성을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문화를 정치의 액세서리, 혹은 권력의 선전 도구로만 여겼다. 화이트리스트니, 블랙리스트 같은 것들이 다 그런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대통령의 언행에서 문화를 존중하려는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 그런 소망이 과한 것은 아니겠다.

그런데 최근 청와대에서 나온 사진 한 장은 그런 소망에 한기(寒氣)가 스미게 한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 국무위원들이 본관 벽면에 붙은 그림 앞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다. 그림은 임옥상 화백이 지난해 촛불집회를 주제로 해서 그린 ‘광장에, 서’라는 작품이다. 문 대통령 부부가 16m짜리 이 그림을 소유주에게서 빌려서 청와대 본관 벽면에 걸었다고 한다. ‘닥치고 OUT’ ‘하야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그림을 청와대에 거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 것을 예상해서였는지 문 대통령은 “예술은 예술작품으로 보고…”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정부 정신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얼핏 당연한 발언처럼 들리지만, 예술 작품을 정치에 복무시키려는 마음이 은연중에 드러난 셈이다. 더욱이 청와대 참모진과 국무위원들이 도열해서 그림을 거의 가린 채 찍은 사진을 보면, 인증 샷의 촌스러움과 더불어 이념 동일체를 강요하는 집단으로부터의 으스스한 기운이 전해져온다.

문 정부는 예상대로 문화 관련 수장들을 속속 바꾸고 있다. 새 기관장들은 대부분 친문(親文) 인사들이지만, 황현산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의 사례에서 보듯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자신의 내공으로 문화계 존경을 받아온 이들도 있다. 이들이 청와대 벽면 앞에서의 저 사진을 눈여겨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권에 문화를 종속시켜야 문화 권력으로 행세할 수 있다는 암시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 jeijei@
e-mail 장재선 기자 / 문화부 / 부장 장재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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