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안 논란>北위협 고조속 대안없이 ‘차떼고 포뗀’ 국정원…안보공백 우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보고자료 꺼내들고… 서훈(앞줄) 국가정보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개회에 앞서 가방에서 보고 자료를 꺼내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국내보안·대공관련 모두 제외
명칭도‘대외안보정보원’으로
전문가·시민단체내 우려 확산

대공수사권 이관기관도 문제
警서 전담땐 ‘비대화’ 부작용
“정보戰통한 기민한 대응 중요
수사권없다면 대응능력 저하”

일부선“수사권 포기 긍정적”

국가정보원이 대공수사권을 포기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핵과 미사일 도발과 외교·안보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외면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정원을 대신해 대공 수사를 담당할 기관과 관련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이 추진돼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국정원이 지난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원법 개정안은 대공수사권 이관을 비롯해 국정원이 수집하는 정보의 범위에서 ‘국내 보안’ ‘대공’ ‘대정부 전복’ 관련 정보를 모두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능 조정에 따라 기관의 명칭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기로 했다. 진보 성향 민간 위원이 대거 포진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반영해 이 같은 개정안을 마련했다. 위원회는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 중 정보수집 권한과 수사권을 모두 갖는 사례는 드물다며 이 같은 안을 내놓았다.

문제는 북한 핵·미사일 위기가 고조되고 북한의 해킹·인터넷 심리전 등 사이버 위협이 심화하는 등 분단 국가로서의 현실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북핵 고도화로 우리가 대북 군사적 억지력을 갖추기가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에 정보전(戰)을 통한 기민한 대응은 더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하는 노하우를 갖춘 곳이 국정원”이라며 “정보 수집만 하고 수사권은 없다면 당연히 대응 속도와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어느 기관으로 넘길지도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현재 경찰로 넘기는 안이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경찰로 넘기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해묵은 과제로 남겨져 있어 당장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은 어려운 현실이다. 국정원 못지않은 정보 수집 권한을 가진 경찰에 대공수사 권한을 보태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로스쿨 교수는 “경찰은 일반 치안 정보는 물론, 교통 규칙 위반, 개인정보, 정치 요인 정보 등 국정원보다 훨씬 더 포괄적인 밑바닥 정보를 갖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경찰에 줘야 한다는 논의가 있는 상황에서 대공수사권까지 주면 경찰이 너무 비대해지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가 기관 조직 체계와 기능을 재편할 때는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서 해야지 이렇게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면 안보 공백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도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온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30일 “북한은 헌법상 명백한 우리 영토로, 해외가 아니며 실효적으로 북한 정권이 지배하고 있을 뿐”이라며 “그런데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뀐 기관이 대북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은 북한을 독립된 국가로 보겠다는 뜻으로 헌법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개정안 찬성 목소리도 있다. 이은미 참여연대 시민감시팀장은 “그간 대공수사권이 인권침해·간첩 조작 등으로 오·남용되면서 논란이 많았는데, 이를 내려놓았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영주·이희권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