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평가·재정지원 개편>‘정원 감축’제재 줄이고 ‘사업선정 과당경쟁’ 도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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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 ‘2018 개편안’ 발표

서열화 대신 자율발전 유도
A등급 16→60% 대폭 확대
권역별 ‘자율개선대학’ 선정

지원방식 상향식으로 전환
사업 무관 가산점 부여 폐지

“명칭만 바뀌고 또 정부주도
재정투명성 확보방안 과제로”

정부가 30일 발표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 및 재정지원사업 개편 시안’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 철학을 총정리한 청사진이라는 분석이다. 개편 논의가 박근혜 정부에서 끊이지 않고 논란이 됐던 ‘대학 서열화’와 ‘정원 감축’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이번 개편안 골자를 ‘대학 자율성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대학 구조개혁과 재정지원 방식을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과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해 나가겠다”며 정부의 대학 교육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제재 대상 대학 비율 84%→40%대로 축소 = 박근혜 정부의 대학 평가 철학이었던 ‘2015년 대학 구조개혁 평가’가 대학 서열화를 부추기고 무조건적인 정원 감축에만 집중하는 문제점을 낳았다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다. 대학 구조개혁 작업이 정원 감축과 재정지원 제한을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대학을 6등급의 세세한 등급으로 나누면서 서열화를 부추기고 이 과정에서 지역 대학들은 소외를 당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정원 감축과 맞물려, 결과적으로 A등급(16%)에 속하지 못한 84%의 대학들은 정원 감축과 재정 지원 축소라는 압박에 내몰렸다고 봤다.

대학에 대한 제재를 대폭 축소해 대학이 자유롭게 자신만의 발전전략을 수행토록 한다는 게 교육부의 복안이다. 이에 따라 대학 평가 시 1단계로 일정 수준 이상 대학은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한다. 전체 대학의 60% 안팎이 선정되며, 이들 대학에는 아무런 제재가 따르지 않는다. 2단계 평가에서는 나머지 40% 대학을 역량강화대학과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나눈다. 역량강화대학(20%)은 정원 감축 권고와 함께 특수목적 지원사업 참여가 허용된다. 나머지 20%인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정원 감축 권고와 함께 정부 재정지원을 차등 제한하며, 이 중 최하위인 ‘유형Ⅱ’ 대학은 재정지원이 전면 제한된다. 결과적으로 정부로부터 제재를 전혀 받지 않는 대학 비중이 종전에는 16%에 불과했지만, 기본역량 진단에서는 60% 안팎으로 대폭 확대되고, 반대로 정원 감축과 재정사업 지원 제한을 받는 대학은 전체 84%에서 40%로 줄게 된다.

◇‘돈으로 대학 길들이기’도 시정 = 박근혜 정부의 대학재정지원 사업에서 가장 큰 비판을 받아 왔던 대목이 바로 ‘돈(재정)으로 대학을 줄 세우기’ 한다는 점이었다. 사업별 지원 목적에 따라 지원을 구분하다 보니, 대학들이 다수의 재정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중장기적인 발전전략보다는 개별 사업에 맞춘 분절된 계획을 진행하면서 대학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생했던 이화여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사태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재정지원 방식을 목표부터 성과 관리까지 대학이 자율적으로 설계하는 ‘상향식 지원’으로 바꾸기로 했다. 역시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사업과 무관한 가산점 부여를 비롯한 정책유도 지표를 폐지하고, 자율성 보장과 책임성 담보를 위해 ‘선 자율 후 책임’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재정지원사업 구조를 일반재정지원사업과 특수목적지원사업으로 단순화해 일반재정지원은 자율개선대학 전체에 지원하고, 특수목적지원은 자율개선대학과 역량강화대학에만 주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명칭’만 바뀌었을 뿐, 정부 주도의 대학 개편 정책 기조는 변함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대학 자율성을 높이는 것은 좋은 취지지만, 대학의 재정 집행을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