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년반 만의 기준금리 인상…‘緊縮(긴축)의 고통’ 각오해야

한국은행이 마침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30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올렸다. 금리 인상은 2011년 6월 이래 6년5개월 만이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이후 17개월간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시장은 이미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터였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년 만에 3%대에 진입할 게 확실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한은 목표치인 2%에 근접하는 등 금리 인상 여건이 두루 마련돼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에 우리가 금리를 안 올리고 미국이 연내 한 번 더 올리면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져 국내 외국자본의 ‘엑소더스’가 우려돼 더 이상 미루기도 어려웠을 게다.

이제 세계 경제는 완연한 통화 긴축시대다. 글로벌 금리 인상의 신호탄을 쏜 건 역시 미국이었다. 2015년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더니, 올 들어서만 두 차례 올렸다. ‘12월 금리 인상’도 유력해졌다.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도 예고돼 있다. 하지만 걱정이다. 초저금리의 달콤함에 익숙한 기업과 가계가 금리상승 충격파를 얼마나 잘 견뎌낼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3분기 현재 1419조 원, 가구당 평균 부채액은 7269만 원이다. 사상 최악이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늘어날 이자 부담만 2조3000억 원 가량에 이른다.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 사상 최저금리에도 전체 기업 10곳 중 3곳은 아직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

경제 각 주체들은 ‘긴축(緊縮)의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 기업도, 가계도 부채의존형 체질에서 탈피해야 한다. 정부는 금리 인상과 함께 내년 초부터 부동산시장 규제도 대폭 강화되는 만큼 시장 충격에 주도면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금리 상승기에 대출 총량 규제가 맞물리면서 주택가격이 급락해 촉발됐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임금에 이어 금리까지 올라 최악의 경영위기에 처한 중기(中企)·소상공인에 대한 세심한 정책적 배려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