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정치·경제에 이어 섹스 위기까지 ‘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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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약 품귀현상…주류 언론이 민간요법 보도하기도

베네수엘라의 심각한 정경불안에서 비롯된 경제적 위기가 식료품 및 의약품 품귀현상으로 불러오더니 이제는 국민들의 성생활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28세인 요르데니스 구티에레스는 지난 수개월간 약국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피임약을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와 남편은 성생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부부 뿐만 아니라, 수많은 베네수엘라인들이 같은 어려움을 현재 겪고 있다.

이 부부는 장기 금욕을 할 수도 없어 결국 조심하면서 성생활을 해왔지만, 곧 두번째 아이를 임신했다. 구티에레스는 “우리는 지금 하루 세끼도 가까스로 먹고 있는데 한 입이 더 늘어나는 것을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계속된 베네수엘라의 정경불안은 그 사회의 경제를 사실상 붕괴시켰다. 심각한 경기침체에 세계 최고의 인플레이션까지 덮치면서 사람들이 빵을 사기 위해 몇 시간씩 기다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각종 식료품과 의료품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의료품 품귀현상으로 인해 항생제에서 항암제까지 구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피임약 부족은 베네수엘라인들에게 성관계를 갖거나, 갖지 않거나 양단간에 선택을 하게 만들고 있다. 베네수엘라 의사들은 불행한 임신 등이 베네수엘라인들을 더욱 깊은 절망의 늪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 주류 언론들은 여성들의 배란 시기와 임신 가능성을 계산해서 피임을 하는 방법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온라인 매체 칵투스24(Cactus24)는 하루 2회 파파야를 먹고 생강 2잔을 마시는 것을 포함해 임신을 피하기 위한 15가지 민간요법을 전하기도 했다.

많은 베네수엘라 여성들은 또 소셜미디어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그러다보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에서는 피임약이나 피임을 위한 각종 장치를 위한 암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심지어 외국에 거주하는 친구들이나 친척들에게 피임약을 보낼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WP는 전했다.

정치 평론가인 27세 알레잔드라 모란은 “나는 피임약을 지난번에 콜롬비아에서 온 나의 시누이에게서 얻었다”며 “12월에 스페인으로 갈 일이 있는데 그때 나와 내 친구를 위한 피임약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