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의 위대한 걸작… 어떻게 탄생했고 古典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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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소설, 레 미제라블 / 데이비드 벨로스 지음 정해영 옮김 / 메멘토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가 60세이던 1862년 출간된 장편소설이다. 최고의 고전 명작 중 하나로, 지난 150여 년 동안 소설뿐 아니라 영화, 뮤지컬 등으로 재탄생하며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19세기 프랑스의 혁명적 변화 속에서 기구한 운명을 헤쳐간 장 발장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되짚어본 걸작이라는 것쯤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하지만 위고가 실제 혁명과 추방을 겪으면서 어떻게 이 소설을 쓰게 됐는지, 급변하는 정치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어땠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당대를 거쳐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등을 생각해보면 그리 간단한 얘기가 아님을 알게 된다.

책에서 저자가 초점을 맞춘 것은 ‘가난’과 ‘혁명’의 두 가지 주제. 가난은 레 미제라블이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가장 중요한 모티프를 차지하고 있다. 레 미제라블 이전의 18세기 유럽에서 빈곤은 한마디로 ‘죄’였다.

디드로, 달랑베르 등 백과전서파는 가난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그들 자신의 탓으로 돌렸고,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인간은 천성적으로 게을러서 절실해야만 생산적인 노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즉, 빈곤은 비난받을 일이며 심지어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레 미제라블의 장 발장은 이를 뒤엎는 새로운 인간형이었다. 가난한 사람도 가치 있는 시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델이 됐다. 군인 아버지와 왕정주의(王政主義)자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자신도 기득권층이었던 위고는 죄수 장 발장이 온갖 시련을 극복하는 모습을 제시함으로써 사회계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진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프랑스 근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1830년 7월 혁명, 1848년 2월 혁명을 놔두고 ‘삼일천하’로 끝났던 1832년의 작은 봉기를 작품의 주요 배경으로 선택한 것도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다. 더구나 귀족원 의원으로서 봉기한 시민들에게 계엄령을 선포했던 위고가 자유를 상징하는 혁명을 테마로 삼았다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위고가 혁명의 원론적 의미에 충실하기 위해 1832년을 택했으며, 사상적으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아닌 중립적 위치에 있었다고 봤다. 그의 머리는 기존 질서의 편에 있었으나 심장은 빈민의 편이었고 그들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책은 19세기 프랑스의 사회문화상을 해부하고, 레 미제라블의 대중화 과정에서 생긴 여러 가지 오류를 꼼꼼히 밝히고 있다. 뮤지컬에서 장 발장의 갤리선(노가 있는 범선) 노역형, 매춘부 팡틴의 타락에 대한 노골적 묘사 등은 원작엔 없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미국 프린스턴대 비교문학 교수이자 전기작가인 저자는 “괴물 같은 분량에도 허술하게 늘어지는 부분이 한 군데도 없는” 이 걸작의 가이드를 자처하며 정치·역사·언어적 맥락을 통해 작품을 파헤친다. 소설의 탄생에서 시대를 초월한 고전이 되는 전 과정을 방대한 자료와 합리적 추론을 동원해 풀어놓는다.

비교문학자다운 적절한 예시와 해박한 문학사적 지식, 전기작가다운 탄탄한 구성과 생생한 묘사가 웬만한 소설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이 책 한 권이면 원작과 그에 얽힌 배경까지 한 번에 해결이 가능하다. 416쪽, 1만8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